[문화의 향기] 오페라의 대중화? 대중의 오페라 친화!
한 대형 마트에서 일명 ‘통 큰 피자’를 반값 정도에 내놓은 적이 있다. 덕분에 많은 사람이 “한 번 피자를 값싸게 먹어보자”며 매장에서 수시간 동안 긴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사실 피자는 도우(dough)가 어떤 밀가루로 어떻게 반죽이 됐는지, 치즈와 소스, 토핑은 무엇으로 하는지에 따라 그 종류와 맛 또한 다양하다. 게다가 오븐이나 전자레인지가 아닌 화덕에 구워야 제맛이겠다.

한국에서 피자는 주식으로 식탁에 오르는 음식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값으로 내놓았을 때는 사람들에게 그 피자가 어떤 상태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반값이라는 사실이 더 중요해져 버렸다. 특별한 것을 접하기 쉬운 가격에 만난다는 일은, 무엇을 만나는가보다 더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

근래 우리 문화 소양이 높아지면서 방송에서 성악이나 오페라를 접하게 되는 일도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방송의 효과 음악, 광고 음악, 심지어 휴대폰 벨소리 등 다양한 형태로 오페라 음악들을 실생활에서 만날 수 있다. 오페라 장르의 음악을 쉽게 접하게 된 것은 일면 즐거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오페라에 대한 편견 또는 잘못된 상식 등이 그것인데, 누구에게나 소개하기 위해 오페라의 본질이 빠져버린 느낌이 들어서 안타까울 때가 있다.

오페라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관객들을 만나보면, 많은 관객이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에 새삼 놀라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는 전국적으로 수백개의 상영관에서 동시에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지만, 오페라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다는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다고 해도 2000여석 정도 규모다. 한 번 기획한 공연 일정을 끝내도 고작 1만여명의 관객을 만나게 될 뿐이다.

그러고 보면 오페라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누군가 특별한 사람에게만 해당된다는 선입견이 있을 만도 하다. 필자가 인터뷰할 때마다 가장 많은 질문을 받는 것 중 하나는 “오페라는 고급 예술인데 일반인들이 어떻게 보러오면 되겠냐”는 것이다. 다시 말해 대중과는 거리감이 있다는 것이다. 무엇인가 귀족적이고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장르이며 영화관에 비해 오페라 극장은 내 발걸음의 동선과는 다른 공간이라는 의식이 있을 수 있다.

오페라 발생 초기인 1637년에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산 카시아노 극장이 등장한 이후 곧 전 유럽에 대중을 위한 유료 오페라 극장이 성행했다. 오페라는 이미 당시 대중의 즐길 거리였던 것이다. 현대를 사는 대중에 어색한 외래문화가 아닌 지구를 사는 사람들의 공감대를 찾아서 극장으로 발길을 향해본다면 이탈리아로, 독일로, 프랑스로 여행하지 않아도 누릴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오페라를 보러 갈 때 양복을 입고 가야 하나, 운동화를 신어도 되는가의 고민보다는 어떤 마음을 갖고 가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미국 유학 시절 꽁치구이에 청국장을 해먹고 오페라를 보러갔다가 옆자리에 계신 분에게 본의 아니게 민폐를 끼친 경우가 있었는데, 그런 경우를 빼고는 음악회 감상은 의복보다는 의지가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경재 < 오페라 연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