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글로벌 스탠더드 따라 대체근로 허용해야
한적하고 평화로운 시골의 한 공장에서 사업장 안으로 들어가려는 자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자들의 대립이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 이 회사는 수년 전부터 통상임금 등 근로조건을 둘러싸고 노사 간 대립이 격화돼 오다가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회사 측은 조업중단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리직 직원을 생산라인에 투입하면서 사달이 났다.

노조는 대체인력 중에 신규로 채용한 직원이 포함돼 있고, 다른 협력업체에 물량도급을 주는 등 불법조업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관리직 직원의 현장 진입을 막고 직장을 점거했다. 그러자 회사는 곧바로 직장폐쇄를 단행한 뒤 근로자들에게 퇴거명령을 내렸지만 여의치 않자 용역경비를 투입했다. 이를 보다 못해 가족대책위원회와 노사정민정협의회가 평화적 해결을 호소했지만 한 치의 양보도 없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위 사태를 보면서 이런 의문을 갖게 된다. 첫째, 파업으로 인해 막대한 손실이 생길지라도 이는 오롯이 회사가 감수해야 할 몫인가 하는 점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이하 노조법)’은 쟁의행위 기간에는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으며, 또 해당 업무를 도급 또는 하도급 줄 수 없다고 규정해 ‘대체근로’를 금지하고 있다. 물론 비조합원이나 관리직을 활용할 수 있지만, 이들을 저지할 수 있는 ‘피케팅’도 쟁의행위의 한 형태로 인정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별로 실효성이 없다.

위의 대체근로 금지조항은 1953년 ‘노동쟁의조정법’ 제정 시 도입된 것이다. 당시에는 ‘쟁의행위와 관련 없는 자를 채용할 수 없다’고 규정했는데, 이는 파업 기간 중 사용자가 임의로 근로자를 채용하거나 업무도급을 주면 파업효과가 반감될 것을 우려해 둔 규정이다. 그 당시에는 파업권을 비롯해 노동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 근로자가 온전하게 쟁의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사용자의 조업권을 어느 정도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민주화 운동과 더불어 노동입법이 보완정비되고 파업권이 포괄적으로 인정되면서 노조의 교섭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힘의 불균형을 전제로 하고 있는 대체근로 금지 규정은 노사 관계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로 남아 있다.

둘째, 회사가 노조 파업에 대항해 직장폐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들이 사업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하는 것은 정당한지 여부다. 직장폐쇄는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고 세력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회사 측이 근로자들로부터 노무수령을 집단적으로 거부하거나 사업장으로부터 퇴거를 요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현행 노조법은 직장폐쇄도 쟁의행위의 하나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직장폐쇄를 선언한 경우에는 그 진위와는 상관없이 노무제공을 중단하고 퇴거해야 한다. 직장폐쇄의 정당성 여부는 법정에서 가리면 된다. 따라서 직장폐쇄 이후 사업장을 점거하고 조업을 방해하는 것은 엄연히 위법이다.

제대로 된 법치주의와 사법정의의 구현을 위해 ‘무기대등의 원칙’이 전제가 되듯이, 쟁의행위에서도 파업권과의 균형추를 맞추기 위해서는 대체근로와 직장폐쇄를 인정해야 한다. 비교법적으로 보더라도 한국처럼 대체근로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거나 직장 점거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 나라는 그 유례가 없다. 다른 노동 현안에서는 글로벌 스탠더드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왜 유독 대체근로와 직장폐쇄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것일까. 더 이상 이 문제를 외면만 하지 말고 파업 중 대체근로를 전면적으로 허용함으로써 불법조업을 둘러싼 소모전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정 <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