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전 투자는 잠재적 이익 위한 것
1984년 인도 보팔에서 발생한 가스 누출 사고는 보팔 사회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2만명이 넘는 사상자와 막대한 토양, 지하수 오염은 물론 이와 관련한 법적 소송들은 아직까지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2년 발생한 구미불화수소 누출 사고를 계기로 화학사고 예방 및 관리의 많은 부분이 개편됐다. 산업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항은 화학물질관리법과 화학물질의 등록과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의 시행이다. 단 한 번의 대형 화학사고가 그 회사의 존립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안전까지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법률들은 화학물질의 관리 및 예방을 강조하고 있다.

법적 조치만으로는 부족하다. 필요한 것은 안전을 제1의 가치로 여기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화학사고 위험성이 주목받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많은 기업은 안전을 위한 투자를 낭비라고 여겼다. 구미불화수소 누출 사고, 청주 SK하이닉스 염소가스 누출 사고, 화성 삼성반도체 불화수소 누출 사고 등 잇따라 큰 화학사고가 발생한 배경에는 이런 의식이 도사리고 있다.

경영진은 형식적인 안전교육과 관리에서 벗어나 보다 현실적으로 안전관리 수준을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 내 안전 부서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 안전 관련 전문지식을 갖춘 엔지니어를 육성해 배치해야 한다. 화학물질과 화학반응을 다루는 공정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충분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엔지니어만이 대응할 수 있다. 무엇보다 경영인이 안전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적절한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

경영진의 노력과 함께 실무 근로자의 인식 개선 또한 필수적이다. 사고를 경험하지 못한 근로자는 여전히 안전교육을 형식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안전교육과 관련해서는 근로자 역시 경영진과의 적극적 소통을 통해 유기적인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수동적으로 교육받는 수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적극적인 참여자가 돼야 한다.

화학사고는 엄청난 물적·인적 피해를 야기한다. 경영진은 회사 실정에 맞는 실효성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고 근로자들은 적극적으로 동참해 안전문화를 완성해야 한다. 안전을 위한 투자는 손해가 아니라 막대한 손실을 예방할 수 있는 잠재적 이익창출 행위다. 오늘의 노력이 없는 한 안전한 내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문일 < 연세대화공생명공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