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타결된 ‘신(新)기후체제’ 유엔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의 국회비준 동의를 올해 안에 받기로 했다고 한다. 일부 부처는 벌써부터 비준을 서두르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겁을 주고 있다. 외교부 등에서 “협정 발효 후 뒤늦게 비준하면 우리 입지가 축소될 수 있다”는 말을 흘리는가 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파리협정이 무역장벽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며 연구용역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준을 늦게 하면 무슨 입지가 축소된다는 건지, 기후변화 대응과 무역조치가 어떻게 연계된다는 건지 등 구체적 설명은 하나도 없다. 정부가 왜 갑자기 그러는지 그 배경에 의구심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정부는 파리협정과 관련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전망치 대비 37% 줄인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 목표는 당시 정부가 고려하던 세 가지 안보다 높은 것이어서 엄청난 논란을 몰고 왔다. 정부 내에서 산업 현실을 주장하던 산업부가 강경한 온실가스 감축론을 들고 나온 외교부 환경부 등에 밀렸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 산업부가 신무역장벽 운운하니 이해하기 어렵다. 산업부는 각국이 국익 차원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접근하는 만큼 한국이 앞서 나갈 필요가 없다고 말해온 부처다. 더구나 파리협정은 196개 협약 당사국이 목표를 이행한다는 보장도 없거니와 법적 구속력도 없다. 가뜩이나 세계 경제가 어렵고 교역마저 침체된 마당에 온실가스 감축이 추동력을 갖기도 어렵다. 무역과의 연계는커녕 또다시 말의 성찬으로 끝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정이 이런데 산업부까지 부산을 떠는 이유가 뭔가. 수출 전망이 어둡다 보니 기후변화까지 핑곗거리로 삼겠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니면 차기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기후변화부’가 등장할지 모른다는 소문에 대응 준비에 들어간 건지 알 수가 없다. 산업부가 정작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무리한 감축목표를 던지는 바람에 기업만 죽어나게 생겼다. 산업부는 그 부담을 어떻게 덜어줄지부터 고민해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