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분양보증시장 개방, 중소 건설사만 힘들어진다
이달 초 광주·전남지역 중견 건설업체인 광명주택이 최종 부도처리됐다. 이 회사는 호남·충청지역을 중심으로 2000여가구 규모의 주택사업을 하고 있었다. 뒤이어 ‘광명주택 부도, 분양계약자 피해 없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분양보증 덕이다. 분양보증은 주택을 짓는 사업자가 파산해도 선(先)분양받은 소비자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잔여 공사를 이행하거나 납부한 입주금의 환급을 책임지는 제도다. 국토교통부 산하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정부에서 역할을 위임받아 전담 운영하고 있다.

최근 이런 분양보증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민간 보증기관과 일부 대형 건설업체에서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규제 개선 과제에 포함해 개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인허가 보증, 하자 보증 등 다수의 건설 분야 보증처럼 분양보증도 독점을 해소함으로써 보증료율을 인하해 보증 이용자의 편익을 증대시키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시장 개방 요구가 애초 분양보증 도입 취지에 부합하는지 생각해볼 문제다. 자유경쟁시장에서는 생산자가 비용을 줄이고 이윤을 남기려고 노력하는데, 분양보증을 ‘국민 보호’를 위한 공익적 측면이 아니라 기업 이윤 극대화 관점에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한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모순되게도 경쟁을 통한 개방 효과를 누려야 할 최대 상품 이용자인 중소 건설업체들이 분양보증 시장 개방에 반대하고 있다. 최근 5년(2011~2015년)간 민간부문 아파트의 분양보증 실적에 따르면 중소 건설업체 이용 비율이 80%에 육박한다. 그들의 반대 논리는 무엇일까. 분양보증 시장이 개방되면 민간 보증기관은 신용도와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대기업 건설사 사업장 위주로 선별적으로 보증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해온 중소 건설업체의 사업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주택을 공적 영역에서 관리해온 측면이 있다. 현재 분양보증은 이런 특성을 감안해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공적 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일반 재화시장과 달리 보증시장을 개방해 보증 공급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주택 공급량이 증가하지는 않기 때문에 기대하는 것처럼 주택가격 하락 등의 효과는 거의 없다. 오히려 보증기관 간 출혈 경쟁으로 변질할 우려가 있다.

분양보증은 주택시장 안정을 목적으로 하는 ‘안전기금’의 성격으로 보는 것이 맞다. 주택경기 순환주기에 따라 호황기에 재원을 축적했다가 침체기에 시장 충격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구조다. 분양보증은 1993년 처음 제도화된 뒤 2015년까지 8조5000억원의 자금으로 32만가구에 이르는 소비자의 보금자리를 지켜왔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쌓인 수조원의 손실은 17년 만인 2014년에야 전부 회복됐다. 이는 호황기에 보증료를 축적해도 시장 충격으로 손실이 불가피하고 누적 손실을 원상회복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림을 보여준다. 이런 구조에서 시장을 다시 쪼개고, 그마저 민간회사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 운영한다면 사유화한 수익만큼 정부 부담, 즉 국민의 부담으로 떠넘겨질 가능성이 높다.

역대 최대치 주택 공급량이 쏟아지는 와중에 지방 곳곳에서는 미분양이 증가하는 등 사방에서 위험신호가 감지된다. 지금은 분양보증 시장 개방을 통한 경쟁을 우선시하기보다 정부와 건설업계가 공조해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할 때다.

권대중 <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