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온라인의 오프라인화, 가상공간 경계가 사라진다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인 1990년대 중반, 인터넷이 월드와이드웹으로 대중화하면서 기업의 화두는 오프라인을 어떻게 온라인화할 것인가였다. 기존의 오프라인 상점을 온라인화한 것이 전자상거래다. 도서관은 디지털 도서관을, 대학은 사이버대학을 만들었다. 지난 20년, 오프라인 유통은 서서히 온라인 유통으로 이동했고, 이제는 세계 소매 유통의 15%가 전자상거래로 바뀌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전자상거래 비중이 앞으로 70%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 카카오택시는 우리가 택시도 전자상거래로 잡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음식 배달, 세탁, 호텔 예약 등이 인터넷이나 모바일에 의해 결정되면서 전자상거래 비중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이 온라인으로 바뀌는 것이 전자상거래라면 오프라인 서비스가 온라인으로 계약 체결되는 것이 O2O(online to offline)다. O2O는 넓은 의미에서 전자상거래에 포함된다. O2O는 온라인 고객을 오프라인 비즈니스에 보내는 것이다. 전자상거래는 오프라인 서비스를 온라인화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나 O2O 서비스는 기존 오프라인 서비스에 해당하는 것이 많지 않다는 특성을 가진다.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으로 시작한 ‘온디맨드(on demand) 이코노미’는 기존의 오프라인 서비스 과정을 온라인화한 것이라기보다, 그 반대로 온라인이 온라인을 연결하던 기존 프로세스를 본떠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데 사용됐다는 특징이 있다.

지난 7월 세계를 강타한 포켓몬고 역시 상거래 분야에서의 발전 과정과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온라인 게임이나 디지털 게임은 그동안 오프라인에 있던 것을 온라인화한 것이 주요 대상이었다. 그런데 포켓몬고는 반대다. 포켓몬고는 기존의 포켓몬 게임을 실세계로 확장한 것이다. 그동안은 PC와 모바일폰, 스마트폰 안에만 들어 있던 디지털 게임, 온라인 게임이 실세계로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년이 우리의 물리적 행동을 온라인화해온 시간(즉 오프라인 프로세스를 온라인 프로세스로 바꾸는 과정)이었다면, 앞으로는 20년간 구축해온 새로운 온라인 행동이 오프라인에서 구현되는 일이 많아질 것이다. 온라인 페이스북에서 ‘좋아요’ 하는 행동을 우리는 앞으로 오프라인의 물리적 버튼을 통해 수행하게 될 것이다. 오프라인 방문객의 참여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내고 이를 통해 오프라인 방문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면 고객과의 관계가 강화된다. 이 과정에서 그 결과가 온라인으로 자연스럽게 확산해 나가 온라인 고객을 새롭게 얻는 선순환 구조를 가져올 수 있다.

미국에서는 아마존닷컴이 시애틀에 오프라인 서점을 열었고, 한국은 알라딘이 일찍 중고 서점을 여러 장소에 열어 성공을 거뒀다. 이에 위협을 느낀 온라인 1위 서점 예스24도 강남역에 오프라인 서점 1호점을 내고 계속 확장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샌프란시스코에 아파트를 지을 예정이고,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는 태양광 지붕과 자체 개발한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설치한 테슬라 타운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아예 스마트 도시를 만들고 있다. 온라인 회사가 부동산업에도 진출하고 있다.

예전엔 온라인 회사들은 사이버스페이스(가상공간)에서 활동하는 회사인 줄 알았지만, 그것이 아니다. 사이버스페이스라는 개념은 그 용어를 만든 윌리엄 깁슨이 스스로 인정한 것처럼 이제는 점점 의미 없는 용어가 되고 있다. 우리는 지난 30년간 잠시 사이버스페이스가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착각해왔다. 그러나 포켓몬고 같은 것이 더 많이 나타날수록 사람들은 사이버스페이스, 가상공간이라는 것은 허구였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오프라인이 온라인으로 바뀐 것을 넘어 온라인이 오프라인으로 변환하고 있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상호 경쟁, 협동하는 형태로 사업을 발전시키고 있다.

이경전 < 경희대 교수·경영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