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당이 원내대표 회동을 통해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8월 임시국회가 16일부터 열려 22일 본회의에서 추경안이 처리될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국회로 넘어온 뒤 3주째 각 상임위에서 예비심사가 진행된 추경안을 들여다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무엇보다 구조조정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당초 목적과는 직접 관련 없는 사업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450억원가량 배정된 하수관거 정비사업이다. 이 사업 예산은 해당 상임위에서 7억5000만원 증액되기까지 했다. 114억원이 배정된 농어촌마을 하수도 정비사업도 비슷하다. 218억원이 편성된 ‘민족문화 계승 및 한글 가치 확산’ 사업, ‘한국어 교육용 앱(응용프로그램) 제작’ 사업(10억원), 113억원이 책정된 ‘농식품 수출홍보’ 사업도 마찬가지다. 지역 민원성 사업이거나 추경으로는 적절치 않은 것들이다.

이러니 이런저런 말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심지어 일부 야당 의원이 “정부 추경안은 본래 목적과 방향을 찾아볼 수 없는 부실 추경”이라고 주장하는 정도다.

물론 정부 여당만 탓할 일도 아니다. 70억원이 배정된 ‘튜닝산업지원시스템 구축’ 사업은 당초 추경안에 없던 것이 상임위 심사과정에서 야당 측 요구로 들어갔다. 포뮬러원 대회가 열린 전남 영암을 자동차 튜닝사업으로 특화시키자는 것으로, 전형적인 지역 민원사업이다.

도무지 달라지는 게 없다. 말로는 구조조정, 일자리 창출을 하자며 뒤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추경을 핑계로 각자 잇속만 챙기고 있다는 비난을 이번에도 면키 어렵다. 여당은 추경의 다른 정치 현안과 연계 금지, 야당은 현미경 검증을 내세우고 있지만 속내는 다 따로 있는 셈이다. 늘 말만 요란할 뿐 구조조정이나 일자리 창출이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