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두 개의 훈장
독립운동가의 부고기사를 볼 때마다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오래전 기사지만 한국경제신문 2003년 2월 기사는 1940년 11월 부산 동래고등보통학교 학생 1000여명이 참가한 당시 최대 규모의 학생항일의거를 주도해 1년간 옥고를 치른 정두열 선생의 부고와 함께 정 선생이 1993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고 전했다.

1929년 정 선생의 선배들도 일제에 항거했다. 당시 동래고보 학생들은 광주에서 학생항일운동이 일어나자 동맹휴학을 하고 동조에 나섰다. 이때 등장하는 인물이 악명 높은 노덕술이다. 당시 일제경찰 경부보, 지금의 경위 계급이던 노덕술은 동래고보 학생을 체포해 모질게 고문했다. 이보다 2년 전인 1927년에도 노덕술은 민족단체인 신간회 간부를 잡아들여 고문했고, 1928년에는 청년들의 항일비밀결사단체인 혁조회 회원을 체포해 고문했다. 1930년대에는 일제의 중·일전쟁 물자 징발에 앞장서 그 공로로 훈장까지 받았다.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을 위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까지 설치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광복절 연설에서 “친일 인사가 독립운동가의 공적을 심사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개탄한 바 있다. 그런데 이를 넘어 일제의 훈장을 받아 일제가 ‘공인’한 반민족행위자에게까지 대한민국 훈장을 준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탐사보도언론 뉴스타파가 정부 수립 이후 훈장 수여자를 전수조사한 결과 일제시대 때 일제 관리, 군, 경찰 고위직을 지내거나 교육·문화계에 있으면서 일제에 부역해 훈장을 받은 자 중 대한민국 훈장을 받은 인물이 222명이었다. 명단에는 노덕술도 포함돼 있었다. 노덕술은 충무무공훈장과 두 개의 화랑무공훈장을 받았다.

지난주 국가기록원은 정두열 선생과 함께 1940년 당시 항일학생운동에 참가한 동래고보 학생의 명단을 발굴해 공개했다. 이번에 정부가 새로 확인한 정 선생의 ‘친구들’에게도 정부가 하루속히 훈장을 수여하기 바란다. 그런데 걱정이 앞선다. 과연 하늘에 계신 그분들이 선배들을 붙잡아 고문하고, 일제에 협력한 공로로 훈장까지 받은 노덕술에게 훈장을 준 대한민국 정부의 훈장을 받으려 할지 말이다.

김영주 < 더불어민주당 의원 joojoo2012@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