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리턴 맘 정책보다 앞서야 할 것
합계 출산율 1.24명으로 상징되는 저출산의 파도가 거세다. 저성장이 뉴노멀이 되는 상황에서 저출산의 충격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엔진으로서 여성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방한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일본 사례처럼 생산가능인구가 줄어 경제 활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 경제가 극복해야 할 핵심 과제로 저출산 문제를 거론했다. 마이클 크레머 하버드대 교수도 “많은 선진국이 저출산 문제에 직면했지만 한국의 출산율은 놀라운 수준으로,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이 중요하다. 지속적이고 강도 높은 중장기적 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의 5%를 쏟아붓고 포괄적인 출산율 회복 정책을 편 것이 프랑스의 성공 요인이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저출산과 고령화 극복을 전담할 ‘1억 총활약상’을 임명하고 우머노믹스를 아베노믹스의 핵심 아젠다로 설정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회의 초당적 모임인 ‘어젠다 2050’이 창립총회에서 저출산 극복 의지를 밝힌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경제정책을 출산율과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근혜 대통령도 (주)에어코리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여성들이 출산·육아·보육 과정에서 일을 하다가 경력 단절을 겪고 복귀가 어려운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저출산에 대한 위기의식 부족이 문제로 꼽혀왔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의지 표명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저출산 쓰나미를 넘으려면 소중한 경제 자원인 여성의 역할을 활성화해야 한다. 경력 단절 여성이 활발히 노동시장에 재진입할 때 성장잠재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의 여성 고용률은 2013년 기준 53.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57.4%보다 낮다. 작년에 55.7%로 상승했지만 미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보다 여전히 7~10%포인트 정도 낮은 실정이다. 1인당 소득 3만달러 국가의 평균 고용률은 70% 선이다.

가정 친화적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의 성공사례는 꾸준한 일·가정 양립 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경력 단절 여성의 복귀율이 60~70%에 달한다. 경력 단절 여성에 대한 체계적 재교육이 시급하다. 1.4% 여성만이 혜택을 받고 있다. 대졸 여성의 경력 단절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연 30조원을 넘는다. 삼성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한국 여성은 출산·육아 등으로 결혼 페널티를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는 회사원 중 35%만이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남성 육아휴직 비율도 5.6%에 불과하다. 노르웨이가 2012년 세계 최고 수준의 고용률 79.9%를 달성한 것은 육아휴직 남편 할당제 같은 파격적인 제도 도입 덕분이다.

기업의 인식 전환과 협조가 일·가정 양립 정책의 성패를 좌우한다. ‘리턴 맘’ 정책보다 경력 단절이 일어나지 않도록 계속 근무가 보장돼야 한다. 도요타자동차는 1주일에 하루만 출근해도 되는 ‘파격 재택근무제’를 도입했다. 남성의 육아 참여를 촉진하고 여성 친화적 직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이다. 구글은 유급휴가 기간을 3개월에서 5개월로 늘린 결과 여성 퇴사율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은 유능한 여성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파격적인 지원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듀폰코리아는 여성 간부직 비율이 24%나 되고 재택근무, 유연근무, 피크타임제 등이 활성화돼 있다. 신세계와 KT는 법정 육아휴직 1년에 추가로 1년을 쓸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포스코는 직장어린이집과 수유실을 운영하고 있다.

양성평등 문화가 확산돼야 저출산 문제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활기를 띨 수 있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말처럼 불평등 완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한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의지가 필요하다.

박종구 < 초당대 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