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부시의 GM 구조조정, 한국이었다면?
A: “구제금융은 불가피하다. 지금과 같이 은행의 신용공여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이는 곧 청산을 의미한다. 그럴 경우 100만개가 넘는 일자리가 사라진다.”

B: “나는 법정관리가 더 좋다고 본다. 법정관리가 된다면 노조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고용계약 중 상당 부분을 바꿀 수 있다.”

위의 논란은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가 파산으로 치닫던 2008년 11월 상황이다. 구제금융에 찬성한 A는 폴 크루그먼이고 B는 게리 베커다. 둘 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케인지언인 크루그먼과 시카고학파의 대부 베커가 충돌했다. 결국 구제금융 여부는 ‘과학적 문제’가 아니라 ‘판단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결과는? 12월에 제안된 140억달러의 구제금융안은 노조의 임금 삭감 거부로 상원에서 부결됐다. 그러나 곧바로 부시 대통령이 본래 금융회사 구제를 위해 만들어진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을 통해 234억달러의 구제금융 자금을 집행했다. 대신 일부 브랜드 폐쇄와 더불어 임금 삭감과 퇴직자 의료보험 축소 등 노조(UAW)와 관련한 주요 사안이 타결됐다.

이런 구제금융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악화되면서 2009년 3월 50억달러의 추가 자금이 집행됐으나 결국 GM은 6월에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이후 추가적인 자금이 수혈되면서 법정관리에서 벗어난 2013년까지 총 807억달러의 천문학적 구제금융이 투입됐으며 92억달러(약 10조원)에 가까운 손실이 났다.

아마 한국이었다면 부시 대통령이나 폴슨 재무부 장관은 벌써 청문회장에 서야 했을 것이다. 특히 1차 구제자금이 바닥난 2009년 6월께엔 ‘혈세 낭비’ 이슈뿐 아니라 훨씬 더 심각한 논란이 일어났을 것이다. 국회가 거부한 구제금융안을 행정부가, 그것도 금융회사 구제 목적을 위해 조성한 TARP를 변칙적으로 사용한 데 대해 엄청난 비난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구제자금의 투입을 최종 승인한 과정에 대한 책임론이 부각됐을 것이다.

부시 역시 의회 거부로 TARP를 편법으로 동원하는 것에 많은 부담이 있었던 것 같다. 그는 올 3월 미국자동차딜러협회 연설에서 그런 결정을 내린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폴슨 장관과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구제금융을 투입하라고 권고하는 상황에서 심적 갈등이 있었지만 “후에 역사가가 그때 부시가 뭔가 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바마 역시 집권 후 부시의 편법적 구제금융을 문제 삼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의 결정을 지지해 줬다.

대우조선해양의 현 시계는 미국 자동차업계 사건으로 보면 2009년 5월쯤으로 볼 수 있다. 작년 10월 투입한 4조5000억원이 부족해지면서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이 와중에 국회에서 소위 서별관회의 문건이 폭로됐다. 김영삼 정부 때부터 있어 왔던 회의의 불투명성을 문제 삼더니 일부 언론이 분식회계와 관련한 선정적 제목을 달면서 논란이 커졌다.

첫째, 분식회계에 대해서는 작년 5월 새로운 경영진의 6조원에 이르는 ‘빅 배스(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것)’로 인해 분식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누구나 추측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다만 이를 확인하려면 감리가 최소 1년여가 걸린다. 그렇다면 1년 뒤 이미 파산한 회사에 유동성 지원 여부를 결정할 것인가?

둘째, 분식회계 여부는 경영진 및 관리 기관의 책임과 관련한 사항이고 구제금융 투입 여부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 구제금융 여부는 고용 및 금융권과 거시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와 관련해 결정할 이슈다.

셋째, 문건이 진본이냐 하는 문제는 매우 예민한 이슈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르면 수입국 상계관세뿐 아니라 패소할 경우 22조6항에 따라 조선 외 타 산업까지도 보복조치를 당할 수 있다. 우리 수출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는 문제인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구조조정 주체인 공무원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이들이 운신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공간은 확보해 줘야 하지 않겠는가?

안동현 < 자본시장연구원장 ahnd@s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