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전국 대학 총장들과 함께 대학 개혁을 놓고 ‘끝장 토론’에 나섰다고 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임원을 맡은 24개 대학 총장·부총장들과 토론회를 한 데 이어, 전문대, 4년제 사립대 및 국립대와도 토론회를 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건 좋은 일이고 뭐라고 할 것도 없다. 하지만 지지부진한 대학 구조개혁이 토론회 몇 번으로 바뀌겠느냐는 냉소적 시각도 적지 않다.

정부는 2013년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해 2023년까지 대학 입학정원을 16만명 감축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작 정원 감축의 핵심이라고 할 부실대학 퇴출은 앞 정부보다 못한 실정이다. 이명박 정부 때는 그나마 6개 부실대학이 문을 닫기라도 했지만 현 정부에서는 고작 한려대 한 곳이 자진 폐교 의사를 밝혔다는 게 전부다.

교육부는 ‘대학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대학구조개혁법)’이 국회에서 자동 폐기된 탓으로 돌리지만 꼭 그렇게만 보기도 어렵다. 상위권 대학까지 정원을 줄일 것을 강요하면서 부실대학이 연명할 공간을 열어주고, 하위등급 평가를 받은 대학들에 정부 재정지원까지 한 건 교육부였다. 대학 구조개혁을 한다면서 재정지원 사업은 따로라는 식이면 부실대학 정리가 제대로 될 리 없다. 더구나 이런 문제가 평가등급이 낮은 부실대학일수록 교육부 퇴직 관료를 못 데려가 안달인 현실과 무관하다고 할 수 있겠나.

부실대학이 퇴출되기는커녕 연명을 거듭하다 보니 이들과 함께 구조개혁 평가를 받는 다른 건실한 대학조차 동반 부실화될 판이다. 서울 주요 10개 사립대 총장들이 자기 반성과 함께 일률적인 교육 통제에 대학이 죽어가고 있다고 하소연한 게 얼마 전이다. 이 부총리는 앞으로 대학 구조개혁 평가는 줄 세우기식 정원조정 형태가 아니라 부실대학을 퇴출시키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말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왜 지금까지 부실대학 퇴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는지 교육부는 혹독한 자기반성부터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