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실행에 옮겨야 할 브렉시트 참 의미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이른바 브렉시트가 발생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브렉시트는 영국이 세계화에 반(反)하는 고립주의를 선택한 것으로 평가했다. 그로 인해 영국과 유럽 국가들에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고, 그 결과 세계 경제가 나빠질 것으로 주장했다.

어떤 변화가 일어나면 기존 질서는 충격을 받는다. 브렉시트는 일종의 기존 질서로부터의 변화다. 당연히 기존 질서 아래서 이익을 누린 사람들은 손해를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더 나은 방향으로의 변화라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브렉시트는 고립주의를 선택한 것이라기보다는 민경국 강원대 명예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EU라는 중앙집권과 경제 통제로부터 벗어나 규제를 덜 받는 독립적인 체제로의 이행이다. 즉, 경제적 자유의 확대에 대한 열망인 것이다.

▶본지 6월22일자 A38면 참조

EU는 세계 2차대전 이후 자유무역과 규제를 없애 유럽을 재건하겠다는 취지로 만든 경제공동체다. 그러나 그 취지와는 반대로 거의 모든 부문에서 규제가 만들어졌고 관료주의가 득세했다. 브렉시트는 이에 대한 반발이다. 그래서 브렉시트는 고립주의가 아닌 자유무역으로의 여정이다. 물론 브렉시트가 자유무역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의 정치적 선택에 따라 영국이 무역 제한이나 국수주의적 정책을 쓸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브렉시트의 본래 의미가 경제적 자유를 확대하는 것이므로 그런 선택을 할 것 같지는 않다. 이런 점에서 브렉시트가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견해는 변화에 따른 당장의 눈에 ‘보이는’ 비용만을 생각한 것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브렉시트는 ‘보이지 않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렉시트 이후 세계 경제가 우려되는 이유는 지금 세계 각국이 브렉시트에 대응하는 방법 때문이다. 브렉시트 이후 세계 각국은 경기 침체를 염려해 적극적으로 돈을 더 풀려고 하고 있다. 잘 알다시피 돈, 즉 화폐는 재화와 서비스의 교환 매개체다. 교환의 매개체에 불과한 돈을 더 푼다고 해서 부가 창출되지는 않는다. 어느 사회든 재화와 서비스양이 증가해야 부가 늘어난다. 재화와 서비스양 증가는 자본재가 증가할 때만 가능하다. 실물이 증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교환의 매개체에 불과한 화폐를 늘리는 것은 실제 존재하는 것과 아무것도 없는 것을 교환하게 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돈을 많이 풀면 풀수록 기존의 부를 소비만 하게 되고 부가 파괴돼 자본이 축적되지 않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이 천문학적인 돈을 풀었는데도 불구하고 경제가 여전히 침체인 근본적인 이유도 돈을 많이 푼 데 있다. 브렉시트를 이유로 다시 돈을 더 풀면 부의 창출 기능이 더욱 훼손될 뿐이다.

세계 각국이 경제를 살리는 길은 돈을 푸는 것이 아니라 민간의 경제활동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기업에 가하고 있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고 국가 간의 자유로운 무역을 제한하는 관세나 보호무역장치를 제거해야 한다. 많은 국가들이 자유무역을 지향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자국 산업과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보이지 않는 무역장벽들이 대단히 많다. 이런 것들이 세계 각국 경제의 역동성을 떨어뜨려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세계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브렉시트의 진정한 의미인 경제적 자유의 확대를 실행해야 한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한국이다. 국회에서 제정되는 법들이 경제적 자유를 확대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그 반대 것들이 대부분이어서다. 20대 국회 들어서도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를 완화하기는커녕 기업 활동을 옥죄는 법안들만 쏟아내고 있다. 이런 정치인들에게 국가 운영을 맡겨도 되는지 의구심이 든다. 바깥 세상에 무관심하고 백성들의 고단한 삶에 무심하다가 결국 나라를 망하게 한 조선말 정치인들이 자꾸 떠오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한국제도경제학회 회장 jwan@kh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