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프리카는 안성맞춤의 경협 파트너
1960년 로마 올림픽을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 에티오피아의 마라토너 아베베는 고민에 빠졌다. 에티오피아 육상팀을 후원하는 독일 아디다스가 제공한 운동화가 발에 잘 맞지 않았다. 해발 3000m 고원에서 소를 몰던 전직 목동 아베베는 놀랍게도 맨발로 올림픽에 나선다. 대회 결과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아베베의 우승. ‘맨발의 아베베’ 신화의 시작이었다. 많은 사람은 그의 조국 에티오피아의 곤궁한 경제상황 때문에 운동화를 살 돈조차 없어서 맨발로 뛰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새 신발로 인해 생긴 통증 때문이었다.

4년 뒤 1964년 도쿄 올림픽이 다가오자 아베베를 후원하기 위해 아디다스가 다시 나섰다. 하지만 아베베가 선택한 브랜드는 푸마였다. 아베베는 아디다스의 경쟁사인 푸마의 운동화를 신고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다. 세기의 마라토너를 미처 몰라본 아디다스로선 속이 쓰리지 않았을까.

현재가 아닌 미래의 잠재력을 기초로 선제적인 파트너십과 신뢰를 구축해야 하는 것은 스포츠 세계만의 교훈이 아니다.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국빈 방문으로 우리 기업의 관심이 부쩍 높아진 아프리카 시장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금융시스템과 정치적 불안정 등으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엄청난 잠재력을 보유한 ‘은둔의 고수’다. 높은 교육열과 풍부한 인적자원, 각종 천연자원을 개발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이 시급해 새로운 해외시장에 목마른 한국과는 안성맞춤의 경제협력 파트너이기도 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아프리카 각국을 빈곤국으로 분류해 수출관세 혜택을 주고 있는 점도 우리 기업에는 호재다. 이번 순방을 계기로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 인근에 세워질 섬유단지에서 생산하는 의류는 미국과 EU로 무관세 수출이 가능해 우리 기업의 수출 전진기지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 위험을 담보해온 무역보험공사도 이번 경제사절단에 동행하며, 에티오피아상업은행(CBE)과 1억달러 규모의 무역금융 협약을 체결하는 등 금융인프라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도로 건설 등 현지 인프라 사업 참여는 물론이고, 경제개발 경험을 공유하는 한국식 개발협력 사업인 ‘코리아에이드’ 모델을 제시한 것도 고무적이다.

신흥시장 개척은 길게 보고 뛰어야 하는 마라톤과 비슷하다. 단기 성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통관과 결제시스템 등 중장기 경제협력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김영학 < 한국무역보험공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