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릴레이 기고 (3)] 수출길 열린 이란, 'K-보건의료'가 간다
이란이 1962년 수교 이래 역사적인 첫 정상 방문을 계기로 다시 한국에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이란은 1960~1970년대 중동 건설 붐의 현장이었으며 한국의 수많은 기업과 근로자들이 달려가 경제 성장의 토대를 마련한 곳이었다.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해제됨에 따라 제2의 중동 특수 붐이 일고 있다. 이 기회를 살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열린 한·이란 경제공동위원회에 보건산업정책국장이 참석해 양국 보건의료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논의했다. 이번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장관과 보건의료 기업·병원 등 민간사절단이 함께 이란을 방문해 이란 경제 제재 해제에 따른 보건의료시장에 대한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경제 제재 해제로 이란의 보건의료 분야 중에서도 그간 낙후된 의료 분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오랜 경제 제재 탓에 이란의 보건의료 지출 규모는 1인당 451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453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의료 자원도 인구 1만명당 의사 수와 병상 수가 각각 5.96명(한국 22명, OECD 32명)과 19.6개(한국 110개, OECD 48개)에 그치는 등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이란 정부는 향후 5년간 병원 20개(8만병상), 종합 암센터 13개를 포함한 235개 암센터, 응급의학센터 750개 등 총 20조원 규모의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란 제약시장은 2014년 기준 39억6000만달러로, 2020년까지 6년간 연평균 13.7%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기기와 화장품시장도 호황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정상 방문에서 보건의료 분야의 성과는 크다. 양국 보건부 간 보건의료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병원정보시스템, 병원 설계·건설, 제약·의료기기 등 분야에서 협력방안을 마련했고 양국 실무협의체도 구성했다. 또한 병원건설 협력 MOU를 체결해 샤히드라자이 병원, 마흐디 병원, 테헤란 의과대학 병원 등 건립에 한국 기업의 우선권을 확보했으며 건강보험심사평가시스템 수출 관련 MOU도 체결해 한국 보건의료시스템의 진출 기반도 구축했다.

민간 분야에서는 제약 다섯 건, 의료기기 두 건 등 보건의료 기업 간 계약 및 MOU를 체결했다. 또 양국 수교 이래 최초로 한·이란 제약, 의료기기, 화장품 협회 간 MOU 체결로 양국 간 민간 교류도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분석에 따르면 이번 정상 방문에서 보건의료 분야의 경제적 성과는 2조3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일본 독일 등 세계 여러 나라가 이란의 보건의료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우리 병원과 기업들이 해외 진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도 다양한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 오는 6월 의료 해외 진출법 시행을 계기로 해외 진출 의료기관에 대한 금융 및 세제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고, 해외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의료기관에 사업타당성 조사 등을 위해 1억원을 지원(10~12개 기관)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또 분야별·지역별 민간전문가 풀을 구성해 상시 컨설팅서비스를 제공하고, 재외 공관과 KOTRA 해외 무역관의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해외 진출도 지원할 방침이다. 지방·중소병원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최근 한미약품, 셀트리온의 기술수출 성공 사례와 서울대병원의 아랍에미리트(UAE) 병원 위탁운영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의 보건의료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정부도 미래 먹거리 창조를 위해 ‘바이오헬스 7대 강국’을 목표로 전력을 다하고 있다. 보건의료산업이 한국의 새로운 미래 성장엔진이 돼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진엽 < 보건복지부 장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