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부진한 실적 발표 후 잇단 수난을 겪고 있다. 그동안 애플을 극찬하며 주식을 사들여왔던 세계적인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조차 최근 보유 주식을 전량 처분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지경이다. 애플은 지난달 26일 2013년 이후 13년 만의 매출 감소를 발표한 뒤 주가가 10% 넘게 떨어졌다. 향후 전망도 흐려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에 완전히 내주고 밀려날 것이란 관측이 쏟아진다.

애플의 추락은 아이폰 판매 감소가 결정적이다. 올 1~3월 신제품인 아이폰6의 판매 부진으로 아이폰 전체 판매량은 전분기 대비 32%, 전년 동기보다는 16% 감소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화웨이를 비롯한 현지 업체에 밀려 3위로 떨어지는 등 입지가 급격히 줄고 있다. 애플워치가 스마트워치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로 올라섰지만 아이폰 매출 비중이 전체의 60%나 돼 이런 정도로는 만회가 안 된다. 회사 측 스스로 2분기 매출도 마이너스라고 전망한다. 월가 등 미국 현지에선 혁신의 아이콘이던 애플에 혁신이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하면서 애플의 추락이 장기화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가상현실(VR)이나 무인차 등 새로운 성장동력 없이는 애플의 성장이 끝날 것이란 비관론 일색이다.

승승장구하던 애플 역시 여지없이 위기를 맞는다. 아무리 아이폰이라도 영원한 효자일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애플만의 일이 아니다. 엔저(低) 덕을 톡톡히 봤던 일본 기업들이 엔고(高)가 되자 어닝쇼크로 급반전하는 것도 그렇다. 세계적으로 인위적인 환율 문제가 논란이지만, 기업의 운명을 가르는 것은 혁신이다. 혁신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다름 아닌 애플이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기업이 존속한다는 게 이렇게 어렵다. 비즈니스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