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진심이 담긴 나눔의 가치
얼마 전 아들 내외와 조카 가족이 우리 부부가 지내고 있는 경남 창원을 찾았다. 조카의 아들인 종손(從孫)이 최근 친구와 함께 봉사활동에 다녀온 이야기를 들려줬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봉사 점수는 봉사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봉사 시간을 점수로 매기면서 혹시라도 학생들이 봉사 점수에 대한 부담과 의무감이 앞서 수동적 봉사활동에 그치는 것은 아닐지, 진정한 의미의 봉사와 보람을 느끼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비단 학생들의 봉사 점수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도 막연한 의무감으로 기획된 이른바 ‘보여주기식 활동’은 진정한 가치를 창출해 내기엔 한계가 있다.

필자의 회사인 볼보건설기계코리아에서도 해비타트 사랑의 집짓기, 창원지역 해안가 환경정화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고 있다. 각 프로그램은 오랜 기간 꾸준히 이뤄져 이젠 하나의 기업문화로 당당히 자리잡았다. 임직원 모두 진정성을 바탕으로 자발적으로 동참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사회공헌 활동을 기획할 때 우리 회사는 우리가 나눌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누구에게 나눠야 할지에 주안점을 뒀다. 정말 사회에 제대로 공헌할 수 있는 활동을 해 보자는 취지였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것 중 하나가 회사 특성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해비타트 사랑의 집짓기다. 2001년부터 시작한 사랑의 집짓기가 지난해 15년째를 맞았다. 그 기간만큼 임직원의 현장 경험이 더욱 풍부해졌다. 이들이 주축이 돼 현장을 이끌어가며 노하우를 공유하는 ‘크루 리더’란 제도도 마련했다. 지금은 임직원과 가족들이 함께하는 뜻깊은 행사가 됐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나눔의 실천은 진정성을 바탕으로 시작돼야 한다. 사소한 것이라도 사회를 위해 무엇을 나눌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하고, 주저 없이 실천한다면 그것이 진정한 나눔이자 사회공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호기심과 기대로 이제 막 시작한 종손의 이웃 사랑이 무럭무럭 자라나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이들에게 닿게 될지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부디 처음 느꼈던 보람과 설렘이 오래도록 남길 희망한다.

석위수 < 볼보그룹코리아 사장 wisoo.su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