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이 신규사업 진출은 거의 고려하지 않는 반면 배당은 크게 늘릴 예정이라고 한다. 한경이 이달 주총을 여는 10대 그룹 주력 계열사 50곳을 조사한 결과다. 신규사업을 위해 주총에서 사업목적을 추가하는 곳은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네 곳에 불과했다. 반면 분기배당제 도입 등을 통해 배당을 늘리겠다고 밝힌 곳은 20곳이 넘는다.

마땅한 투자처가 많지 않은 데다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사회분위기를 반영한 결과일 것이다.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는 지속적으로 기업들의 배당 확대를 요구해왔다. 정부 역시 기업 유보금에 과세하는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지난해부터 도입해 시행하는 등 기업을 압박해왔다. 배당 확대는 주주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국내 기업의 배당성향이 높은 수준이 아닌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럴 것이다.

문제는 신사업 투자는 않고 배당만 늘리는 것이 장기적으로 기업은 물론 주주에게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외국 기업들은 인공지능이나 스마트카 등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배당만 늘리면 기업의 장기 경쟁력이 뒤처지는 건 당연하다. 기업의 성장이 주춤해지면 주주에게도 손해다. 일자리 창출도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한국 경제 전체의 성장잠재력도 훼손될 수밖에 없다.

한국 대표기업이라는 삼성전자조차 반도체와 휴대폰을 이을 뾰족한 미래 먹거리가 마땅치 않은 마당이다. 이런 상황일수록 더욱 미래 수익사업을 발굴하고 이를 위한 투자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휴대폰 공룡’ 노키아의 몰락에서 알 수 있듯이 글로벌 기업 생태계는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무한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지금 서울에서 한국인들에게 화끈하게 AI(인공지능) 공부를 시키고 있는 기업은 구글이다. 한국 기업들 이래도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