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0일 끝나는 2월 임시국회는 19대 국회가 일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국회다. 그런데 여의도는 이 금쪽같은 시간을 정쟁으로 허비하고 있다. 야당은 테러방지법안 통과를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어제까지 7일째 이어갔다. 야당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야 할 새누리당은 ‘공천 살생부’ 논란에 휩싸여 진흙탕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어렵게 마련된 선거구 획정안도 여야 대표가 합의한 29일 국회 본회의 통과라는 시한을 또 넘기고 말았다. 임기 마지막까지 최악인 19대 국회다.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는 갈수록 코미디다. 민주주의는 춤추고 있다. 의원이 바뀔 때마다 기록경신이다. 글로 옮기기도 짜증나는 현실이다. 다른 법도 아니다. 발의된 지 15년째인 테러방지법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는 더 인권침해적 측면이 많았던 법안이다. 테러방지법이 다시 논의된 것은 IS와 북한의 테러라는 특수 상황 때문이다. 올 들어서만 북한은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으로 세계를 상대로 모험을 벌이고 있고 청와대와 정부기관을 1차 타격하겠다고 공공연히 떠들고 있다. 세계가 테러 예방에 온 신경을 쓰고 있는 판에 테러방지법을 논의도 말자는 게 야당이다.

더 가관인 것은 여당의 정치력이다. 협상하고 타협해야 할 정치는 잊은 지 오래다. 마음은 ‘콩밭’이요 공천살생부 논쟁만 벌이고 있다. 이런 국회가 입법, 국정조사, 예산심의, 청문회 등을 무기로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급부상한 것이 19대 국회다. 국회 권력은 물론 입법에서 나온다. 16대 국회 때 1900여건에 불과했던 의원입법은 19대 들어 1만6500건이 넘었다. 정부의 청부입법과 압력단체의 민원입법들이다. 국회의원의 특권 추구는 끝이 없을 정도다. 소위 ‘김영란법’에서 19대 현역의원들은 제외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말 두 군데 전문기관 여론 조사에서 19대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각각 82%, 85.5%로 나온 것은 당연한 결과다.

여야가 선의의 정쟁이 아니라 경제민주화를 필두로 한 포퓰리즘 경쟁을 벌이면서 지난 4년간 경제와 민생은 완전히 내팽개쳐졌다. 경제활성화법들은 ‘원샷법’의 사례에서 보듯 국회의원이 이리저리 고쳐 기어이 누더기로 만들어 놓은 다음에야, 그것도 대통령의 호소와 국민 서명운동이 있고서야 겨우 통과됐다.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 ‘불임 국회’라고 불리는 이유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시작해서, 필리버스터까지 19대 국회는 온갖 위선적 민주주의 놀음을 벌이면서 세월을 낭비했다. 이런 시대착오적 사태는 한순간의 불행으로 끝나지 않는다. 변화해야 할 시기를 놓치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 그걸 국민이 치러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