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의 데스크 시각] 두 달 새 반대로 바뀐 부동산 전망
작년 말까지만 해도 올해 국내 부동산시장 전망은 ‘상고하저(上高下低)’ 일색이었다. 학계와 업계 전문가 대부분이 상반기 상승세를 유지하다가 하반기 조정을 거칠 것으로 봤다. 주택 거래가 사상 최대로 늘어난 지난해 호황 흐름이 올 들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그러나 2016년이 2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적어도 ‘상고(上高)’ 전망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아지고 있다.

시장 전망이 확 바뀐 이유가 뭘까. 연초 부동산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냉각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작년 말 기준 미분양 물량이 6만가구를 넘어서면서 공급과잉 논란이 다시 증폭하는 분위기다. 수도권 분양시장을 이끌던 화성 동탄2신도시에서는 980가구 중 단 두 가구만 팔려 도중에 분양 자체를 취소한 사례까지 등장했다.

上高下低 전망 물 건너갔다

기존 주택시장 조정도 뚜렷하다. 겨울철이면 줄을 잇던 서울 주요 지역 ‘학군 전세 특수’마저 올해는 자취를 감췄다고 중개업소들은 입을 모은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경우 예년과 달리 최근 2~3개월 사이 아파트 전셋값이 최고 5000만원가량 내렸다. 매매 거래가 줄면서 전세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달 전국 주택 거래는 작년 동기 대비 21% 급감했다.

시장 흐름을 바꿀 정도의 큰 변수가 새로 등장한 것은 없다. 담보대출 심사 강화, 중국 경제 위축 등은 모두 예견됐던 것들이다. 새로 터진 악재라면 정치·외교 변수인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정도다. 오히려 부동산시장을 위축시킬 핵심 변수로 꼽혔던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한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금리가 오르면 젊은 층의 주택 구입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논리가 힘을 얻었던 작년과 비교하면 분명 호재다.

그런데도 시장 흐름은 당초 전망과 다른 쪽으로 가고 있다. 역시 관건은 경제 기초체력과 수급이라는 얘기가 다시 나온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대에 머물 것이란 관측과 내년부터 예정된 입주 물량 증가가 다른 변수들을 압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봄 이사철 시장 움직임이 관건

전문가 전망이 실제와 차이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어찌보면 틀릴 확률이 더 높다. 한국 내수시장만 놓고 보더라도 국민 개인의 심리와 국내외 기업, 외국인 투자자들의 판단이 한데 뒤섞여 움직인다. 조그마한 변수에도 판이 바뀔 수 있다. 한국은행 등이 수정 전망을 잇따라 내놓는 이유다.

문제는 주택 실수요자들이다. 부동산시장은 증권시장에 비해 개인이 찾아볼 수 있는 통계와 정보량이 많이 부족하다. 전문가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 전문가조차 판단을 유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부동산 분석가는 “시장이 불확실성에 갇혀 있다”며 “봄 이사철을 지나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때 투자의 정답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도 시장을 쫓아다니는 개인 투자자는 거의 실패한다는 게 정설이다. 개인 투자자 중 성공 사례는 대부분 가치투자에서 나온다. 망하지 않을 기업을 골라 장기적으로 성장할 만한 곳에 투자하는 것이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수요가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될 수 있는 지역에 대한 판단력을 키운 뒤 괜찮은 지역을 골라 긴 안목으로 투자하는 것이 부동산 가치투자다.

김철수 건설부동산부장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