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업들이 노사합의를 통해 잘못된 노동관행을 자발적으로 개혁하고 있다는 한경 보도(2월17일자 A1, 5면)다. IBK투자증권은 노조의 동의를 얻어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해고 규정을 금융업계에서 처음으로 도입했고, 극심한 노사분규로 법정관리까지 갔던 쌍용자동차는 노조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생산라인의 인력이동(전환배치)을 통해 경영을 점차 정상화해 과거 해고한 근로자들까지 복직시키고 있다고 한다. 한때 강성노조로 꼽히던 코레일도 일정기간 후 자동으로 승진하는 근속승진제를 폐지하는 등 개혁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잘하는 일이다.

노동개혁이 좌초한 상황이기에 이런 산업현장의 자발적 개혁이 더욱 돋보인다. 노동개혁은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노사정위원회 같은 기구나 정부에만 전적으로 맡겨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산업현장의 개혁이 요체인 만큼 궁극적으로는 기업들이 풀어가야 한다.

기업 스스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만 해도 그렇다. 100명 이상 기업의 71.9%, 300명 이상의 79.7%가 아직도 호봉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한국경영자총협회의 분석이다. 임금피크제도 그렇다. 경총이 지난해 11월 매출 상위 20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 임금피크제 도입률은 51.4%에 불과했다. 조사대상 기업의 25.1%는 아예 도입할 계획조차 없었다. 물론 노조 유무에 따라 사정이 다를 것이다. 그렇더라도 정년 60세 연장에 따른 총임금비용 급증이 당면 과제인 점을 감안하면 외국기업에 비해 우리 기업의 대응이 미흡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기업이 정부만 쳐다보고 있어서는 안 된다. 기업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여지도 적지 않다. IBK투자증권이 그 말 많은 저성과자 해고문제를 노사 동의로 거뜬히 처리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강성노조가 문제가 된 데에는 그동안 기업 CEO가 당장의 조업차질을 꺼려 무리한 요구를 다 들어줬던 요인도 부정할 수 없다. 정부와 국회를 탓하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안 된다. 기업이 스스로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