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가 한국의 대졸 신입사원 임금총액이 일본보다 훨씬 높다는 분석 결과를 어제 내놓았다. 한국 대기업(300명 이상) 정규직 대졸 초임이 3만7756달러로, 일본의 대기업(1000명 이상) 상용직 대졸 초임 2만7105달러보다 39%나 많다는 것이다. 일본의 1인당 GDP는 한국의 1.29배다. 국민소득이 적은 나라가 임금은 오히려 더 높으니 심각한 불균형이 아닐 수 없다.

한·일 간 임금 역전은 이미 주요 업종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경 보도(2015년 12월24일자 A2면)에 따르면 양국 시가총액 100대 기업의 평균 연봉(2014년 기준)을 비교한 결과, 현대·기아자동차를 포함한 자동차·부품부문은 8330만원으로 일본의 6830만원보다 22%나 높았다. 철강, 에너지, 금융, 조선, 기계 등도 일본보다 많았다.

문제는 고임금이 높은 생산성의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제조업 노동생산성지수는 2010년을 100으로 할 때, 2011년 102.5, 2012년 104.1로 소폭 증가하다가 2013년엔 104.2로 정체다. 1987년부터 2014년까지 국민경제 생산성은 연평균 8.3% 높아지는 동안 명목임금 상승률은 8.6%로 더 높았다. 고임금은 정규직 과보호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고용 유연성이 없어 노동수요가 증가해도 일자리가 늘어나는 대신 임금상승만 가져온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한국 임금은 계속 증가세다. 지난해 평균 임금인상률은 전년보다 3.2%포인트 낮았다는 것이 여전히 5%다. 2010년 이후 2013년(4.0%)을 빼고는 모두 5%대다. 대졸 신입사원 초임 증가율도 2013년 이후 줄곧 4%대다. 지난해 일본의 임금상승률은 1999년 이후 최고라는 게 고작 1.9%였던 것과 너무 대조된다. 한국의 고임금엔 CEO들의 책임도 크다. 신입사원 초임을 올리면 중간간부, 임원들의 연봉도 덩달아 올라간다. 20년 이상 장기근속자들의 연봉이 신입사원의 3배를 넘는다. 국회 차원의 노동개혁이 물 건너갔다고 해도 기업 스스로 임금구조를 연공에서 직무·성과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이런 고임금으로 어떻게 싸워 이길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