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 수출산업도시인 경북 구미의 경제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그 배경에는 구미산업단지의 부진이 자리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LG 계열사, 삼성전자 협력업체, 휴대폰 부품업체 등 지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기업들이 잇달아 생산라인을 줄이거나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 이 지역의 지난해 수출액은 255억5886만달러로 12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2012년 75조원을 넘던 지역 내 총생산액도 3년 전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러니 부동산이 침체하는 등 지역경제가 흔들리는 것도 이상할 게 없다. 한때 잘나가던 구미 경제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기업들이 등을 돌리는 데에는 내부적인 전략적 고려도 물론 있을 것이다. 글로벌 생산전략에 따라 생산기지를 베트남 등 해외로 이전하거나, 국내로 옮기더라도 더 나은 곳으로 집적화하려는 움직임 등이 그렇다. 대기업이 움직이면 협력업체나 부품업체들의 연쇄 이동도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런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지역 또는 산업단지 차원에서 떠나는 기업을 붙잡기 위해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생각해봐야 할 점이 적지 않다고 본다.

구미 산업단지만 해도 1단지가 조성된 지 40년이 넘어가면서 낡은 단지를 바꾸는 이른바 ‘구조 고도화사업’이라는 게 시작됐다. 그마저도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 노후도가 가장 심한 1단지 한복판에 현대식 기숙사, 각종 지원시설 등을 지으려 했으나 개발방식을 둘러싼 이견으로 수년을 끌다가 없던 일이 됐다. 스포츠센터 등을 짓기로 한 사업도 지난해 취소됐다. 결국 섬이나 다름없게 방치된 이런 열악한 산업단지 환경에서 일할 맛이 날 리 없다. 이대로 가면 인력을 구하기조차 힘들다고 판단한 기업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자명한 것이다.

지역과 산업단지가 기업 이탈에 대한 위기의식을 갖고 좀 더 일찍 단지와 그 주변을 기업친화적이고 일할 맛 나는 환경으로 바꿨어야 했다. 구미 같은 노후 산업단지가 전국에 널려 있다. ‘구미의 눈물’이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기업들이 다 떠나고 나서 후회하면 뭐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