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등 미국계 다국적 기업들의 세금을 둘러싸고 유럽연합(EU)과 미국이 충돌했다. FT에 따르면 로버트 스택 미국 재무부 부차관보는 지난 주말 벨기에 EU 집행위원회를 방문한 뒤 “EU 집행위가 어떤 회원국도 세금을 부과할 권한이 없는 미국 기업들의 소득에 손을 뻗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EU 집행위는 최근까지 EU 회원국에 법인을 둔 다국적 기업의 세금 계약 300여건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맥도날드 등 다국적 기업들에 대해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벨기에 네덜란드 등의 세무당국이 부당한 세금 감면을 해줬는지가 조사의 핵심이다.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에 대해 이른바 ‘구글세’를 부과하려는 것이다.

미국 당국이 이런 EU에 대해 과세권이 없다고 문제삼고 나선 것이다. 미 재무부는 미국계 다국적 기업이 해외 자회사들에 계상해놓은 이익은 단지 과세가 유예된 것일 뿐이므로, 이익이 미국으로 송금될 때 미국에서 과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과 EU의 과세권 충돌은 거둘 수 있는 세금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애플만 해도 EU지역 자회사에 쌓아놓은 이익이 무려 2000억달러에 이른다. EU 회원국 간에도 이미 세금걷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영국 국세청은 지난달 구글과의 조세 협상을 통해 체납 추정액 1억3000만파운드(약 2200억원) 추징과 연 법인세 1000만파운드(약 170억원) 인상이라는 ‘전과’를 올렸다. 이탈리아, 프랑스 등도 구글과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구글세가 예상치 못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제까지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와 이에 대한 해당 국가의 과세권이 충돌하는 양상이었지만, 이제는 조세권을 둘러싼 국가 대 국가 간 충돌로 번지고 있다. G20이 2년6개월간의 공동 연구를 거쳐 새로운 국제 조세 규제인 ‘BEPS(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국가 간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 대응 체제’를 공식 출범시킨 것이 작년 11월이다. 구글세가 시작하자마자 새로운 난관에 직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