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전격 도입함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이 혼돈에 빠졌다. 이 조치가 발표된 지난 29일 당일에만 엔화 가치는 달러당 2.6엔 이상 급락한 120엔대로 떨어지고, 원·엔 재정환율이 100엔당 24원 넘게 하락한 994원대로 내려 4년여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더구나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필요하면 마이너스 금리 폭을 더 확대할 수 있다는 뜻도 밝혔다. 일본 통화·환율정책의 모험이요 도박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은 엔화 가치의 상승을 더는 방치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엔화 가치가 이른바 ‘구로다 라인’이라고 불리는 달러당 115엔 이상으로 오르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엔화 가치는 2013년 4월 일본이 양적 완화를 발표한 이후 달러당 95엔대에서 계속 하락해 지난해 6월엔 125엔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중국 위안화 추가 절하, 저유가 쇼크 등으로 안전자산으로서의 엔화 수요가 늘면서 지난 16일에는 한때 1년 만의 최고치인 달러당 115엔대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라는 깜짝카드를 빼든 것은 노골적으로 엔저를 밀어붙이겠다는 뜻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명시적인 언급은 없지만, 엔화 가치를 달러당 125엔 수준으로 다시 떨어뜨리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이는 명백한 환율 조작이나 다름없다. 2차 엔저에 따른 ‘환율전쟁’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위안화는 중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추가절하될 것이란 전망이 팽배하고, 유럽중앙은행은 3월에 추가 양적 완화를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은행이 연간 80조엔 규모의 양적 완화에 이어 마이너스 금리까지 꺼내들었다. 이런 주요국가들의 움직임은 신흥국들의 경쟁적인 평가절하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유럽중앙은행, 스위스, 덴마크 등이 마이너스 금리를 이미 시행 중이지만 경기부양 효과는 없다. 일본도 이들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만 커질 것이다. 일본은 지금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