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 관광산업이 일본에 밀린 이유
일본관광이 확 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시작으로 동일본 대지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지면서 2009년 이후 일본을 찾은 관광객 수는 한국에 뒤처졌다.

그러나 최근의 엔화 약세 흐름 속에 비자완화 등 출입국 절차 간소화, 면세제도 개선 등 강력한 관광지원 정책을 추진하면서 2014년 말부터 방일 외국인 관광객 수가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를 앞질렀다. 지난해엔 방일 외국인 관광객이 1900만명을 훌쩍 넘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주춤한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1320만명대로 줄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가 감소한 건 12년 만이다.

주목할 것은 요우커(遊客: 중국인 관광객)의 움직임이다. 한국은 요우커가 홍콩 다음으로 많이 찾는 국가였다. 하지만 지난해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45%를 차지하던 요우커가 전년 대비 2.3% 줄어든 598만명에 머물렀다. 이에 비해 일본으로 향한 요우커는 약 500만명으로 전년 대비 100.7% 늘어났다.

외국인 관광객 시장의 안정성도 주시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방일 외국인 관광객 국적 비율은 중국이 27.19%, 한국이 20.98%, 대만이 19.96%로 비교적 고르게 분포했다. 하지만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중국 국적이 45.23%, 일본 13.89%, 미국 5.8%로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았다. 중국의 정치·외교나 경제상황에 따라 흔들릴 만한 시장구조다.

요우커의 한국여행 행태도 변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요우커의 한국 평균 체재기간은 2011년 10.6일에서 2014년 5.7일로 짧아졌다. 1인당 소요경비도 2013년 약 2271달러에서 2014년에는 약 2094달러로 줄었다.

정부 당국의 정책 대응은 아쉽기만 하다. 환율 같은 구조적인 문제보다는 수용 태도나 개별적인 서비스 문제에만 집중하고 있다. 엔저 현상이 일본 관광의 제1 매력이 된 걸 주목할 필요가 있다. 관광 육성을 위해 국가 차원의 강력한 거시적 정책지원이 필요하다. 일본의 성과는 ‘개혁 2020’이란 계획 아래 관광을 국가전략화하고, 총리실이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한 결과다.

또 일관성 있는 관광 중장기 계획을 추진해야 한다. 정치 흐름에 따라 변하는 계획이 아니라, 큰 목표 아래 중장기로 진행하는 계획이라야 한다. 일본은 2000년대부터 ‘관광입국(觀光立國: 관광이 나라를 일으킨다)’을 구상했고, 3년 단위로 전략을 확대하면서 2012년부터 ‘관광입국추진 기본계획’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엔 무슬림 유치를 위한 인프라 체계를 구축 중이다. 상대적으로 안정된 시장구조를 갖고 있으면서도 관광 시장을 다변화하려는 것이다. 이런 노력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관광의 전국화를 통한 재방문 및 체류기간 확대도 꾀해야 한다. 요우커의 한국 관광 행태분석에서 나타나듯,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외래관광객들은 한번에 모든 걸 경험하려고 하지 않는다. 지방관광이 활성화된 일본처럼 한국도 지방관광 확산 전략과 한국적 매력을 나타낼 수 있는 관광상품 확대가 요구된다. 수도권에 편중된 관광을 분산시키려면 지방공항과 항만을 활용하고, 관련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특히 서울과 제주 중심에서 지역거점 도시권역(광주권, 부산권, 강릉·평창권, 대전·청주권)으로 확산해 경쟁력 있는 지방관광을 일으켜야 한다.

지금은 큰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관광을 주변부 산업에서 국가전략산업으로 성장시키려면 구조적이고 거시적인 계획과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관광은 분명 한국을 위한 미래산업이기 때문이다.

이 훈 < 한양대 교수·관광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