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결국 노사정위원회에서 이탈하면서 소위 ‘노사정 대타협안’을 파기했다. ‘불참’ 선언일 뿐 ‘탈퇴’는 아니라는 식의 말장난으로 책임을 회피할 상황은 이제 지났다. 정부도, 경영계도 한시가 급한 노동개혁 과제의 마무리를 앞두고 한국노총을 붙잡기 위한 헛된 수고를 하거나 미련을 둘 단계는 지났다고 보는 게 현명할 것이다.

한국노총은 노동개혁의 주요한 쟁점인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문제에서 정부의 행보에 반대해 파기하는 것처럼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열 차례 이상 거듭된 정부의 협의요청을 거부한 걸 보면 협상이나 대화에는 뜻이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합의하기로 합의한 합의’라는 비판을 받아온 9·15 노사정 타협안은 이로써 사실상 예고됐던 종착역에 도달하고 말았다. 노조 측은 정년 60세 연장, 실업급여 및 산재보험 확대, 근로시간 단축, 취업관련 예산확대 등 정부 쪽의 당근책은 다 챙긴 뒤끝이다. 그리고 자기들이 약속한 부분은 헌신짝처럼 내던진 것이다. 어제 파기선언에서는 아예 ‘총선 투쟁’을 겁박할 정도였다.

한국노총의 의도와 전략이 무엇이든 분명해진 것은 노사정위 체제가 말 그대로 한계에 봉착했다는 점이다. 개혁의 대상인 당사자가 합의 테이블에 끼어드는 자체가 모순이었다. 넉 달 전 대타협이라고 장황한 자랑만 늘어놓던 정부는 지금 꿀먹은 벙어리다. 국민들에 대한 사실상의 기만이요, 노조를 앞세워 적당히 일거리를 만들어나가는 노동관료들의 합작품처럼 보일 뿐이다. 본란에서 누차에 걸쳐 지적한 대로 노사정 체제는 이미 파탄났다. 아니 제대로 작동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노사정위 17년 동안 불참·탈퇴와 복귀를 9차례나 반복했던 한국노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기간제법 유보 양보안까지 냈으나 기어이 묵살됐다. 10번째 이탈이다. 이 판에도 고용노동부는 ‘과도기적 진통’ 운운하고 있다. 지난해 9.2%로 사상 최악에 달한 청년실업자, 기댈 노조조차 없는 90%의 보통 노동자를 중심으로 노동정책을 전면 개편할 때다. 고용부는 ‘정년 60세법’을 만들 때 사상 최고의 청년실업이 터질 것도 몰랐다고 주장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