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은 새해 벽두를 맞아 ‘대사들의 특별 리포트’ 시리즈를 6회에 걸쳐 연재했다. 위기를 희망으로 바꾼 나라들의 스토리를 해당국 주재 대사들을 통해 듣자는 의도였다. 새해 경제기상도는 온통 잿빛이다. 연초부터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주가는 연일 곤두박질치고 환율은 급등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급기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만에 종전 연 3.2%에서 3.0%로 끌어내렸다.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지금 위기도 어떻게 잘 극복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내실을 다지고 재도약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시리즈를 기획한 것도 그 때문이다.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대사들이 들려준 이야기도 각양각색이었다. 하지만 거기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위기를 극복한 나라들은 예외없이 규제완화, 구조조정 등을 통해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했다. 그 결과 시장 본래의 기능이 살아나면서 기업 활동이 촉진되고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었다.

1990년대 말 ‘유럽의 병자’로 불리던 독일은 ‘하르츠 개혁’으로 노동시장 유연화, 복지체제 전환 등 구조개혁을 이뤄 유럽의 강국으로 부활했다. 부동산 거품 붕괴로 2010년 구제금융을 받은 아일랜드는 법인세 인하 등 친기업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공공부문 긴축으로 위기를 넘겼다. 인도와 멕시코 역시 친시장적 개혁과 개방정책으로 기업환경을 개선해 경쟁을 촉진하면서 경제가 살아났다. 영국도 재정적자 축소를 위한 긴축과 법인세 인하 등으로 경제를 되살렸다.

꼼수나 변칙, 돈 풀기가 아니라 땀과 노력, 고통이 수반되는 긴축, 그리고 친기업환경 조성을 통한 시장의 회복이야말로 공통된 열쇠라는 점이 입증된 것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우리 경제의 미래도 여기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