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중국 증시 폭락과 위안화 약세가 가속화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물론 외환시장 전체가 크게 출렁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외환시장 특징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 통화 가치 강세가 급격히 진행되는 반면 중국을 위시한 신흥국 통화는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원화 가치 하락(환율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원·달러 환율은 어제 한때 달러당 1210원을 넘어서는 등 두 달 반 사이에 90원 가까이 올랐다. 최근 3개월간 미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 하락률은 5.3%로 인도 루피아화(3.3%)는 물론 중국 위안화(3.5%)보다도 높다. 사실상 국가 부도 상태인 브라질 헤알화 하락률이 7.1%인 것을 감안하면 원화의 하락세가 예사롭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지속적인 약세를 보이던 일본 엔화는 최근 3개월간 미 달러 대비 2.5% 올라 달러당 117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가파른 원화 가치 하락을 반길 수만은 없다는 데 있다. 전에는 환율 상승은 수출조건을 개선하는 등으로 우리 경제에 커다란 호재였다. 하지만 최근 원화 약세는 글로벌 경기침체 요인이 더 크다. 특히 중국 경기가 둔화되면서 수출 기업의 실적 개선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위안화 역시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어 중국과 경합하는 수출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이점도 상쇄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 대표 수출기업의 해외생산 비중이 높아진 것 역시 환율 효과를 반감시킨 요인 중 하나다. 현대·기아차의 해외 생산비중은 2009년 28%에서 지난해에는 43%까지 높아졌다. 이 비중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 증가에 따른 이득보다도 환차손에 의한 자본 유출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원·달러 환율이 1165원40전에서 1209원80전으로 수직 상승한 지난해 12월28일부터 어제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불과 9거래일 동안 1조1819억원어치나 팔아치웠다. 고(高)환율이 이제는 독이 되고 있는 것이다. 환율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꿀 때가 됐다. 정부나 민간 모두 환율 수준보다는 변동성 관리에 집중할 필요가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