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래 성장동력 농업, 농협 역할에 달렸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난달 20일 발효됐다. 이날 뉴질랜드, 베트남과 체결한 FTA도 함께 발효됐다. 한국은 2004년 칠레를 시작으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유럽연합(EU), 미국, 호주, 캐나다 등 50개국과 FTA를 맺는 등 경제 영토를 확장해왔다.

한국 농업은 시장 개방의 높은 파고를 온몸으로 견뎌왔다. 장기화되고 있는 구조적 불황의 짙은 그림자가 넓게 드리우고 있는 것도 농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한국 경제는 올해 역시 2%대 저성장에 머물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다. 인구 구조 변화도 농업계가 직면한 어려움 중 하나로 꼽힌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 1인 가구의 급속한 증가세,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추세 역시 농축산물 수요 변화라는 측면에서 커다란 도전이 되고 있다. 농업을 둘러싼 이 같은 환경 변화는 전통적인 대응방식으로는 타개하기 힘든 난제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런 위기상황에서도 농협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은 좀처럼 높아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 농협은 한국 농업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급격한 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큰 것도 사실이다. 농협이 우리 농축산물의 경쟁력을 제대로 높여 왔는가 하는 자성의 목소리도 불거지고 있다. 농협이 환경 변화에 보다 적극적이고 도전적으로 나섰어야 했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2014년 말 서울대 강연에서 “농업이 미래다”며 “미래에 가장 수익성 높은 사업은 농업”이라고 단언했다. 로저스 회장 말대로 한국은 농업을 통해 미래를 열어젖힐 수 있을까. 한국 농업이 직면한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면 농업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약속할 성장동력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농업은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뼈를 깎는 체질 개선 작업부터 수행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농협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농축산물 수요를 증대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소비지유통사업을 강화하고, 농업의 고부가가치화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중소기업 및 농식품 전용 홈쇼핑 채널인 ‘아임쇼핑’ 사업 참여도 소비지유통사업의 하나다. 기존의 하나로클럽, 하나로마트 등 소비지판로개척사업은 시장 변화 추이에 맞춰 운영방식을 개선하면서 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가공사업 또한 농축산물 수요를 늘리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지역 농협의 가공사업은 가공에 전념하도록 하고, 판매회사를 통해 판매의 규모화를 꾀하는 한편 마케팅력을 강화해 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또 젊은이들의 아이디어를 농업에 접목해 창조경제의 성과가 나타나도록 해야 한다.

농업 부문의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 아이디어 경연대회를 확대하고 그 아이디어를 다시 농업에 접목하는 사례를 많이 이뤄 내야 한다. 이렇게 농축산물 수요를 늘리고 농업 전체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농협은 보다 선도적이고 능동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농업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를 직시하고 새로운 시각과 자세로 농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만드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이성희 < 전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