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미국 기준금리 인상, 위기이자 기회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 16일 정책금리 인상에 시동을 걸었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연 0~0.25%에서 0.25~0.50%로 0.25%포인트 인상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2006년 6월 이후 9년6개월 만의 기준금리 인상이다.

한국은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가계부채 부실화 누증, 신흥국 위기의 국내 파급 걱정에 초긴장 상태다. 정책당국도 이번 기준금리 인상 파장을 풀 해법을 놓고 고심 중이다. 이런 때일수록 불길한 예감에 빠져 어두운 면만 강조할 건 아니다. 말이 씨가 된다. 멀쩡한 경제도 비관론이 확산되면 ‘자기 암시적 위기(self-fulfilling crisis)’로 치닫는다. 모든 금융위기가 주는 교훈이다. Fed 통화정책 정상화를 긍정적 시각으로 관전할 포인트도 있다.

Fed의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미국 경기회복에 대한 강한 신호음이다. 고용시장의 추가적 개선과 물가 목표치(2%) 달성에 대한 Fed의 믿음이 확고하다는 메시지다. 금리인상 발표 당일 미국 증시와 국내 증시는 동반상승했다. 한국에도 좋은 뉴스다. 2004년 6월부터 2년간 Fed 기준금리가 4%포인트 올랐어도 국내 경제는 성장세를 이어갔다. 미국 경기 상승 흐름에 올라탄 결과다. 국내 경기를 미국 경기사이클에 맞춰야 한다. 다행히 한국 경제는 앞으로 완만한 회복세 지속이 예상된다. 한국은행 전망이다.

어느 정도의 자본유출은 오히려 득이 된다. 유입자본이 쌓이면 경제운용에 짐이 된다. 원화 값을 밀어올려 수출의 발목을 잡는다. 일부 내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결국은 갚아야 할 빚이니까.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자연스런 계기다. 자본 유출이 곧바로 위기인 양 호들갑을 떨 것은 없다. 환율 안정 효과도 있다. 외국자본 유입을 막겠다고 ‘거시건전성 3종 세트’까지 도입하지 않았던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는 국내에 묶어 놓기보다 해외투자로 유도해야 한다. 투자 배당금이 국내로 들어오면 자본유출 불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이런 게 선진국이 아닌가. 한국의 대외금융자산 투자비중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62%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평균(230%)에 크게 못 미친다.

국내 금융시장을 차별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신흥국이 자금유출 스트레스 상황을 버텨낼 수 있을지, 투자 자금은 어디로 옮겨야 할지 하는 것이 외국인 투자자의 최대 관심사다. 2013년 5월23일 신흥국 ‘시장 발작(tantrum)’이 좋은 예다. 당시 벤 버냉키 Fed 의장이 통화정책 정상화 가능성을 언급했을 때 주변 신흥국과 달리 원화 환율은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S&P의 한국 경제 신용등급 상향 조정, 경상수지, 외환보유액, 외환시장 건전성 등이 차별화 ‘꼭지’다. 무엇보다 ‘정책당국의 역량’을 시장이 신뢰한다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국가신용등급 평가에서 주요한 항목이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진정시킬 수 있는 호기이기도 하다. 지난 1년간 한국의 가계부채는 소득증가율을 웃도는 속도로 빠르게 확대됐다. 제동장치가 필요하다. 급기야 지난 14일 정부는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을 제시했다. 갚을 능력을 훨씬 웃도는 규모의 빚을 내 주택을 구입하지 못하게 하는 게 핵심이다. 이런 목적이라면 금리 조절로 대응하는 게 제격이다.

긴장의 끈은 놓으면 안 된다. 다만 위기도 뒤집어 보면 기회다. 비관이 아니라 긍정의 시각이 필요한 이유다. 섣불리 ‘독배(毒杯)’로 예단할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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