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회사채시장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회사채 거래가 급감하고 신규 발행에도 차질을 빚자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회사채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게 골자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이 채권을 발행하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법무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이 TF를 꾸려 내년 초까지 구체적 방안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최근 회사채시장은 꽁꽁 얼어붙어 있다. 지난 11월 기관투자가의 회사채 거래금액은 전달보다 36%나 줄어든 6조1128억원으로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1월 후 최저치였다. 기업들의 실적악화로 신용등급이 줄줄이 강등되면서 한계기업의 무더기 구조조정이 예고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미국 금리인상 여파로 보수적 성향인 연기금과 보험사의 회사채 투자가 크게 줄면서 신용등급 AA 이상 우량 기업도 회사채 발행에 애를 먹고 있다. 심지어 최고 신용등급(AAA)인 SK텔레콤조차 지난달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 결과 200억원이 미달했을 정도다.

연기금을 동원해서라도 회사채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 형편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정부 발표 내용을 보면 채권시장도 관치금융도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말이 좋아 회사채 투자 독려지, 기관투자가에 회사채 편입을 강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언어 표현은 다양한 회사채에 투자하라는 것이지만 내용은 비(非)우량 회사채도 사라는 얘기다. 정부가 언제까지 투자자산 선택에까지 ‘감 놔라 대추 놔라’를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정부 개입으로 잠깐 시장 안정을 가져올 수는 있다. 문제는 이런 식 대응이 결과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오히려 방해한다는 데 있다. 모두가 입만 열면 구조조정을 말한다. 하지만 정부의 시장 개입은 부실기업, ‘좀비기업’의 연명을 도울 뿐이다. 금융시장 발전에도 역행한다. 회사채 등급이나 수익률, 거래상황 등은 시장의 바로미터다. 정부 지시에 따른 회사채 매입은 시장의 시그널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틀어막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한국의 금융 경쟁력이 우간다보다도 못하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