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미국 금리인상, 지나친 불안감은 금물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행보가 본격화했다. 지금부터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수험생처럼 한국 경제가 노심초사다. 수능을 앞두고선 지나친 낙관도 과도한 위기감도 금물이다. 공부를 많이 했으니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풀 수 있다는 지나친 낙관은 실수를 낳는다. 펀더멘털(기초경제여건)이 탄탄하니 걱정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자신을 믿지 못하고 떨어도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 1997년 외환위기 트라우마에 갇혀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고 환율과 금리가 치솟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둘 다 경계해야 한다.

이번 ‘수능 문제’는 과거 두 차례에 비해 쉬운 편이다. 미국은 1994년 기준금리를 1년 만에 연 3%에서 6%로 3%포인트나 올렸고, 2004년에도 2년에 걸쳐 연 1%에서 5.25%로 4.25%포인트나 인상했다. 이번에는 2~3년에 걸쳐서 2%포인트도 채 올리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경제가 달러강세 등의 요인으로 2017년 이후 둔화세로 돌아서면 금리인상 행진은 멈출 것이고, 때에 따라서는 금리를 다시 내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 속도도 과거와 달리 빠르지 않아 충격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한국 경제는 과거 두 차례 위기에 비해 이번엔 준비를 철저히 한 편이다. 외환보유액을 3685억달러나 쌓아뒀고 단기외채 비중도 30% 아래로 잡아놨다. 연간 경상수지 흑자폭이 거의 1000억달러에 달하기 때문에 실탄도 충분하다. 1997년에 ‘낙방’한 경험을 살려 시험문제 유형에 맞춰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도 비교적 촘촘하게 짜놓은 편이다.

따라서 일부의 예상대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유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고, 원·달러 환율 상승폭도 그리 크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처럼 자본 유출과 환율 상승폭이 크지 않다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현 수준(연 1.5%)에서 상당기간 동결할 것이다. 한국의 경기 회복세가 미약하고 물가상승률도 낮아 지금으로서는 기준금리를 올릴 이유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한마디로 과도한 불안감에 떨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보다 부정적인 요소도 많아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다. 먼저 세계 경제다. 1994년과 2004년에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좋았지만, 지금은 미국만 잘나가고 나머지 선진국과 신흥국 경기는 시원찮다. 그만큼 경제위기로 빠져들 신흥국이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2008년 이후 신흥국으로 유입된 달러화가 3조5000억달러에 달하는데, 이것이 ‘위기 증폭기’로 작동할 가능성도 있다. 신흥국 위기가 한국으로 확산하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계부채와 기업부채가 급증해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해진 점도 놓쳐선 안 된다.

더 많은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가장 확실한 것은 역시 주요국과의 통화스와프다. 2009년부터 본격화된 금융위기 우려를 단번에 잠재운 것은 한·미 통화스와프였다. 언제든지 다시 한·미 통화스와프를 맺을 수 있도록 대미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현재 한·중 통화스와프 규모가 560억달러에 달하는데, 위안화가 특별인출권(SDR) 바스켓통화에 편입되면서 그 효용성이 더욱 커졌다. 한·중 통화스와프를 확대하고 역내 금융안전망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정책당국의 세련된 커뮤니케이션 전략도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 정책당국이 국내외 금융상황을 속속들이 모니터링하고 있고 그 어떤 돌발 사태에도 대처할 수 있다는 믿음을 금융시장에 심어줘야 한다. 그래야 과도한 불안감이 퍼지지 않는다.

이준협 <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sododuk1@hr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