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대만 간 반도체 협력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외신 보도가 줄을 잇는다. 일본의 산업재편이 빨라지는 가운데 LCD, 반도체 등이 대만, 중국 등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중국-대만-일본 간 산업재편이 가속화할 경우 한국의 주력산업이 더욱 위협받을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한·중·일 수직분업이 해체되면서 한국이 아시아 분업망에서 소외되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우려된다.

반도체는 한국이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는 거의 유일한 산업이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경쟁환경으로 가고 있다. 대만 TSMC가 난징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는 사실만 해도 그렇다. 그동안 대만은 반도체 노하우가 중국으로 유출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자국 반도체 업체의 중국 내 공장 설립을 금지해 왔다. 하지만 최근 규제가 완화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이 대만 최대 칩 설계회사인 미디어텍에 관심을 드러낸 점도 주목해야 한다. 여기에 반도체 사업부 매각 움직임을 보이는 도시바가 낸드플래시를 샌디스크에 넘길 가능성이 있다는 외신 보도까지 전해졌다. 샌디스크는 이미 칭화유니에 넘어갔다. 일련의 변화는 한국의 반도체산업에 대한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한국을 배제한 아시아 산업재편은 반도체만이 아니다.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일본 샤프의 LCD사업 매각설도 심상치 않다. 샤프가 보유한 세계 유일의 10세대 공장이 지금도 지분을 갖고 있는 대만 훙하이로 완전히 넘어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만은 물론, 대만과의 협력을 발판으로 한 중국의 비상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조선, 철강에 이어 한국이 마지막 보루로 여기는 전자산업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다.

일본은 산업재편으로 한국을 따돌리고, 중국은 대만과 양안 협력을 강화하며 일본 산업재편의 최대 수혜자로 부상하는 중이다. 더구나 중국엔 기술에 밀리고, 일본엔 가격에 밀린다는 ‘역(逆)샌드위치론’까지 등장했다. 이리되면 한국의 존재감은 어디서 찾아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