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청년실업·중소기업 구인난, 누구 때문인가
이상한 일이다. 청년들은 심각한 취업난에 시달리는데, 중소기업은 사람을 못 구해 난리다. 만성적인 구직난과 구인난이 동시에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그 결과는 매년 사상 최고의 청년실업률 기록 경신과 중소기업 경쟁력 약화로 나타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 때문이다. 20년 전 대기업의 77% 수준이던 중소기업 임금은 지난해 56.7%로 떨어졌다. 임금뿐 아니라 의료와 학자금 지원 등 복지 혜택까지 고려하면 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청년 구직자에게 임금이 낮은 중소기업은 눈에 차지 않는다. 그래서 모두 대기업에 취업하려고 한다. 중소기업에 좋은 사람이 오지 않는 이유다. 좋은 사람이 오지 않으면 경쟁력을 높일 수 없고, 경쟁력이 낮으면 성장을 못 한다. 그러면 중소기업은 임금을 더 올려주고 싶어도 올려줄 수 없다.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한국 중소기업 임금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결코 낮지 않다는 것이다.
최악의 청년실업·중소기업 구인난, 누구 때문인가
지난해 한국 기업의 대졸 신입사원 평균 연봉은 3340만원이었다. 일본의 2906만원보다 14.9%나 높다. 1인당 국민소득이 일본의 76.6%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임금 격차는 더 커진다.

기업 규모별로 들여다보면 왜 한국에서 대기업 근로자 임금이 문제가 되는지를 알 수 있다. 10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을 보면 한국이 일본보다 2.8%밖에 높지 않다.

하지만 1000인 이상 기업은 한국 대졸 초임이 일본보다 24%나 높다. 이런 임금구조에도 나라가 돌아가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대기업 초임 일본보다 24% 높아

미국과 비교해도 1인당 국민소득 대비 대졸 초임은 낮지 않다. 미국은 한국보다 국내총생산(GDP)이 1.9배 높지만 대졸 초임은 1.6배 높은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객관적 사실은 중소기업 임금은 선진국 중소기업과 비슷한데 대기업 임금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사업체 수 기준으로 1%에 불과한 대기업의 높은 임금이 정상이고, 99%의 중소기업이 너무 적은 임금을 주고 있다는 게 보편적 인식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대기업 임금이 이렇게 높아진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 노동시장의 경직성 때문이다. 근로자를 한 번 채용하면 기업이 도산할 정도가 돼야 해고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저성과자는 물론, 아예 일할 의사가 없는 근로자도 쉽사리 내보내기 어려운 게 우리 현실이다. 근속 연수가 올라가면 임금도 따라 올라가는 연공제는 이런 문제를 더 심화시킨다. 20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 임금이 신입사원의 세 배가 넘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뿐이다.

중소기업은 해외 나갈 여력도 없어

최악의 청년실업·중소기업 구인난, 누구 때문인가
올해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노동시장 효율성 83위, 노사협력 132위, 고용·정리해고 비용 117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한국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이뤄야 할 국가적 과제가 된 이유다.

대기업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노동조합 존재는 임금 인상의 중요한 매개가 되고 있다. 대기업들은 매년 임금과 단체협약 협상 때마다 교섭 갈등을 피하기 위해 생산성과 관계없이 임금을 올려줬다. 조직률이 10%에 불과한 대기업 노조가 한국 사회를 고비용 구조로 만드는 데 원인이 된 셈이다. 해고를 지금보다 쉽게 할 수 있다고 해도 인재를 내보낼 기업인은 없다. 성과가 낮은 사람들만 내보낼 수 있어도 강성 노조가 합리적 노조로 변화하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나친 임금 인상의 폐해는 고스란히 중소기업 몫이 되고 있다. 중소기업은 매년 오르는 임금을 따라서 올려주기도 벅찬 데다, 대기업의 높아진 인건비 부담까지 전가받게 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대기업은 임금을 인상해주고, 비용이 과도하게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중소기업에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대기업 위주의 50년 집약성장 부작용은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뿐 아니라 중소기업의 생존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대기업은 임금을 올려줄 수 있고, 임금 인상으로 채산성이 떨어지면 해외로 나가면 된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그럴 여력도 없다. 노동개혁이 중소기업에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노동개혁을 통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 경직된 법 제도를 풀어 노동 유연성을 확보해야 청년실업 문제도 풀리고,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중소기업 근로자가 가장 많이 속해 있는 노동단체도 중소기업 근로자를 생각해 노동개혁에 찬성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고용의 85% 담당

노동개혁을 통해 노동시장이 정상화되면 구조적 약자인 중소기업도 인적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이들이 중소기업에 들어와 생산성을 높이고, 회사를 키우면, 임금 인상 여력이 생기고 청년고용도 활발해질 것이다.

이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간 소득 양극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대·중소기업 간의 지나친 임금 격차가 해소돼야 진정한 상생과 동반성장도 정상궤도에 올라서게 된다.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꿈을 잃고 급기야 우리나라를 지옥으로 비유하는 씁쓸한 현상이 더 계속돼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 그동안 성장 위주였던 국가정책의 우선순위도 고용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난 5년간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도 중소기업은 한국 고용 창출의 85.9%를 담당하며 고용의 버팀목 역할을 해 왔다. 이런 중소기업들에 더 많은 인재가 몰려들어 혁신을 이뤄냈을 때 한국 경제는 재도약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 출발은 노동개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