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어제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한 지방자치단체의 처분이 적법하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 등 영업규제 처분으로 달성될 수 있는 공익은 중대하고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지자체의) 처분으로 대형마트의 영업 자유나 소비자 선택권 등 본질적 내용이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들은 지금처럼 월 2회 일요휴무를 해야 하고 오전 0~10시 영업도 할 수 없다.

이로써 4년 가까이 끌어온 대형마트 영업규제의 위법성 논란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시장의 결과까지 국가가 예측하고 계획·통제할 수 있다고 본 것이어서 매우 유감스럽다. 국가는 무한정한 지식을 가진 존재가 아니다. 하물며 복잡한 시장거래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자유시장경제는 제한된 이성, 제한된 국가를 전제로 한다. 그런데 대법원은 시장이 결정할 자원배분까지 개입하고 통제하는 것을 국가의 역할로 봤다. 이런 국가라면 시장은 불필요한 존재가 되고 만다. 공익만 내걸면 얼마든지 자유와 선택권을 제한해도 된다는 것인가.

현실적으로도 대형마트 규제의 폐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소비자 불편은 차치하고 대형마트 매출이 연간 1조7000억원가량 줄었다. 이는 곧 납품업체 손실, 일자리 감소를 뜻한다. 전통시장이 혜택을 본 것도 아니다. 상생은커녕 동반몰락이다. 특정 상인 보호를 목적으로 다른 상인을 제한하겠다는 동기부터가 잘못 설정된 탓이다. 반면 온라인쇼핑 매출은 지난해 47조원으로 대형마트를 추월했고, 모바일쇼핑은 3년 새 22배나 급증했다. 편의점도 확장일로다. 국가가 예측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는 시장의 결과다.

골목상권의 고충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아무리 규제를 강화해도 소비자가 외면하는데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경쟁에서 뒤처진 계층은 국가가 보듬을 일이다. 소비 트렌드는 급변하고 있는데 국가가 소비자들의 코를 꿰어 끌고갈 수는 없다. 대법원의 어제 판결은 시대착오적이며 국가 능력에 대한 오만에 다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