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이 끝내 무산될 모양이다. 노사정위원회가 소위 대타협을 발표한 지 두 달이 됐지만 정작 합의가 이뤄진 건 아무것도 없다. 노사정위는 아직도 핵심사안에 대해 논의 중이라는 말뿐이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이런 노사정위를 바라보며 노동개혁 법안 조기 처리라는 당위론만 주장하고 있다.

현안인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와 일반해고 기준에 대한 정부 가이드라인만 해도 그렇다. 노사정위는 이를 논의할 기구조차 구성하지 못했다며 세월만 보내고 있다. 또 다른 쟁점인 파견법과 기간제법 등 비정규직법도 노사 합의가 안 된다며 국회로 공을 넘길 태세다. 국회는 더하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는 새누리당이 지난 9월 제출한 5개 노동개혁 법안을 오는 16일에야 상정해 20일 첫 심의에 들어간다고 한다. 그렇지만 여당과 야당 간 협의가 이제껏 단 한 번도 없었다. 논란만 벌어져 진전이 없을 게 뻔하다. 정부도 오십보백보다. 가이드라인을 다음달까지 내놓겠다고 말하지만, 언제 어떻게 할지 액션플랜도 없다. 특히 노사정위에서 ‘노·사·정 간 충분한 협의’라고 전제조건을 붙이는 바람에 스텝이 꼬이고 있다. 노동계가 협의가 충분치 않다고 반발하면 그만이다.

결국 사문화돼 가는 경제활성화법안 꼴이 될 것이란 관측이 무성하다. 진작에 예견됐던 결과다. ‘합의를 위한 합의’에 불과한 노·사·정 대타협의 허구성이 드러나고 있을 뿐이다. 처음부터 원칙을 벗어난 변칙, 껍데기뿐인 개혁안이었다. 이런 정도의 낮은 수준이라면 야당이 받아줄 것이라고 순진하게 봤던 모양이다. 맞지도 않는 이유를 거론하며 무조건 반대하는 야당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노사정위에서조차 이미 틀렸다는 소리가 나온다. 노·사·정 대타협 문서의 잉크도 마르지 않았는데 노동개혁은 물 건너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