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산업계가 구조조정하지 않으면 공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특히 조선·철강·석유화학 업종을 콕 집어 “내 것은 안 줄이고, 남의 것만 줄이라고 하면 안 된다”며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것을 촉구했다. 관련업계가 빠른 합의를 이루도록 정부가 분위기를 조성해나갈 것이란 언급도 했다. 일종의 경고로도 들린다. 앞서 정부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합병까지 권유했던 터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최근 들어 한계기업 정리를 부쩍 자주 언급하고 있는 것도 같은 흐름이다. 조선 ‘빅3’의 부실문제가 제기된 뒤 정부가 구조조정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가 부실덩어리인 대우조선해양에 또 4조2000억원을 추가 지원키로 한 것에 대해 비판이 거세다. 정부는 없애는 것보다 살리는 게 낫다고 말하지만, 깨진 독에 물 붓기식 지원이다. 이미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 한 곳에만 대출금과 이행보증금을 합쳐 8조원이나 물려 있고, 최대주주인 산업은행도 대출금이 4조원을 넘는다. 대우조선을 없애면 수출입은행도 날아가는 탓에 파산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그나마 2019년이 돼야 대우조선 경영이 완전히 정상화될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얼마나 더 혈세가 들어가야 할지 모른다.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구조조정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부실을 줄이는 게 아니라, 부실을 전가할 뿐이다. 산업은행은 그간 구조조정에 나선 결과 무려 370여개의 자회사를 갖게 돼 대그룹 행세를 하고 있지만, 연체율은 계속 증가하는 등 부실해졌다. 그런데도 산업은행은 옛 정책금융공사와 다시 합쳤다. 가뜩이나 무용론이 나오는 판에 도리어 비대화로 역주행하고 있다. 심지어 수출입은행은 부실대출금이 BIS비율을 압박해 정부가 증자가 필요하다며 한국은행에까지 손을 벌리는 정도다. 이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는 안 된다. 금융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이라야 한다. 정책금융, 관치금융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금융개혁 차원에서 큰 그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