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이 벼랑 끝에 섰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0월 수출액이 434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8%나 줄어들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월(-20.9%) 이후 최대 낙폭이다. 이로써 4년 연속 이어오던 무역 1조달러 행진도 막을 내릴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다.

정부는 10월 수출 감소에 대해 지난해 10월 사상 최대 월간 수출 달성에 따른 기저효과와 함께 유가 영향 품목과 선박 수출 급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11월에는 선박 인도 물량 증가, 유가 영향 품목의 수출 감소폭 완화 등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너무나 현상적 분석이요 전망이다. 이대로 가면 수출 감소세 기조가 바뀔 것 같지 않다.

수출 감소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심상치 않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정부가 그동안 크게 걱정할 게 없다는 근거로 삼아왔던 물량기준 수출마저 다시 꺾이고 말았다. 단가하락 때문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무선통신기기를 제외한 주력품목 대부분이 감소한 점도 위기감을 더해준다. 국가별로도 대(對)중국 수출 감소에 더해 대미국 수출 감소폭이 커졌다. 중국 탓만 할 수도 없게 됐다.

문제는 전통적 수출대책마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거나 먹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환율은 경제외교력 부족 등으로 조작 시비에나 안 걸리면 다행이다.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던 수출보증 등 정책금융도 세계 시장 침체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수출 부진의 원인이 보다 근본적인 곳에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바로 산업경쟁력 하락이다. 주력품목 수출이 줄줄이 감소하고, 선진시장에서도 수출이 뚝뚝 떨어지는 게 결정적 증거다. 수출의 구조전환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