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發) 쇼크에 이어 이번엔 브라질이다. 브라질 국채가 투기등급(BB+)으로 전격 강등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채무 이행을 다짐했지만 헤알화 가치가 하루 새 2.73% 폭락했고 국채 수익률이 급등(채권값 급락)하는 등 여진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시 후폭풍이 가장 큰 나라로 브라질을 꼽기 때문이다. 자원부국인 브라질은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수출 부진, 방만한 재정 집행과 세수 부족으로 시장의 의구심을 키웠다. 글로벌 투자회사들도 브라질 국채가 가망 없다고 보고 투자규모 축소에 급급해한다고 한다.

지구 반대편의 충격이 한국에도 고스란히 미치고 있다. 국내에서 팔린 브라질 채권은 5조8000억원어치에 달한다. 이 중 90%를 개인이 갖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연 10%대 고수익만 부각해 적극 권유한 결과다. 하지만 헤알화 환율은 2011년 4월 헤알당 695원에서 현재 307원 선까지 폭락했다. 고점에서 샀다면 이미 환차손으로 반토막인데 정크본드로 전락해 설상가상이다. 매년 10%대 이자를 받아도 원금 손실이 30% 안팎이다. 브라질 펀드도 올들어 수익률이 -30%대다. 손절매 외엔 퇴로가 안 보인다는 지적이다.

금융의 기본은 무엇보다 리스크 관리다. 하지만 동양 사태, 후순위채 파동으로 얻은 ‘고수익이 곧 고위험’이란 교훈을 모두들 그새 망각했다. 브라질 채권뿐이 아니다. 금융회사 창구에선 지금도 다른 신흥국 채권, ELS(주가연계증권), DLS(파생결합증권) 등 위험자산을 고객에게 버젓이 권유한다. 파생상품 판매 잔액은 94조원으로 5년 새 4.2배나 급증했다. 하나같이 손실 위험을 안고 있는 것들이다. 금융당국이 뒤늦게 제동을 걸고 있지만 투자위험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 없이는 공염불이다. 한국 금융의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