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중 정상회담, 과제도 많이 남겼다
그렇지만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 정부는 발표자료에 “양국 정상 간에 한반도 통일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는 중국 측 발표문에는 빠져 있다. 한·일·중 정상회담을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한국에서 개최하는 데 합의했다는 내용 역시 우리 측 발표문에만 들어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양측이 각자의 발표문을 상대방 확인을 거쳐 냈다면서, 내용이 다른 것은 서로가 중시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물론 두 정상 간에 통일문제 같은 민감한 사안을 놓고 내밀하게 주고 받은 대화를 시시콜콜하게 모두 발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중국의 내부 사정도 감안해야 한다. 또 중국이 이번 회담을 통해 북에 추가 도발하지 말 것을 경고한 의미도 상당하다. 그렇지만 여전히 과제가 적지 않다. 중국은 통일문제를 우리만큼 중시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고 양국 간에 상당한 입장차이가 있다는 것도 확인됐다. 우리로선 북의 돌발사태와 그 이후 통일과정에서 중국의 협력이 필요한 것인데, 정작 중국은 이에 관심이 없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한·일·중 정상회담이 순탄하게 준비될지도 의문이다.
중국이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을 예우한 것은 주목할 일이다. 그러나 양국 간에 상당한 인식 차이가 엄연히 존재한다. 사실 한·중 관계에서 중국은 별로 바뀐 게 없는데 우리 외교라인에선 양국관계가 특별히 깊어지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최근 남북합의에 대해서도 정부는 북의 유감 표명은 사과였다는 것을 강조하지만, 북은 어제도 사과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남북 간, 한·중 간 외교적 언어들에서 사실관계조차 확정되지 않는다는 것은 큰 문제다. 입맛대로 해석하고, 좋은 것만 발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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