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위안화 절하와 아베노믹스
中·日 共倒論 일부에서 제기돼
이런 시점에서 차이나 쇼크가 찾아왔다. 한·중·일 동북아 분업이 사라지고 일본이 중국과 모든 업종에서 경쟁하는 구도에서 위안화 약세로 일본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기업 실적이 악화되고 물가가 다시 떨어지며 일본을 찾는 관광객이 줄어들 것이라는 비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과 함께 무너질 수도 있다는 중일공도(中日共倒)론도 일부에서 제기되는 마당이다.
일본은 애초 중국발 위기가 찾아오면 한국이 가장 타격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이 중국에 가장 의존하고 있는 국가인 만큼 경제 위기에도 취약할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반면 일본은 중국과의 연관성이 한국보다 덜해 영향이 적을 것으로 판단했다. 언론은 ‘불행 중 다행’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정작 본격적인 쇼크가 찾아오자 일본이 한국보다 훨씬 휘청거리는 모양새다. 침체의 본질적인 원인이 일본 경제의 구조적이고 내생적인 문제에 있다는 지적이 흘러나온다.
30개월 전 연간 60조~70조엔의 돈을 풀면서 시작한 게 아베노믹스다. 일본 기업이 한국에 뒤처지는 상황에서 더 이상 밀리지 않기 위해 대규모 양적 완화를 한 것이었다. 증시에 투자 자금을 끌어들여 경제를 활성화하려 했다. 돈을 풀면서 과거 30년간 가장 낮은 엔저 상태가 되고 성장도 이뤘다. 아베 총리는 아베노믹스의 성공을 자랑삼아 얘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성장은 제대로 된 성장이 아니었다. 그저 기업들에 엔저 효과로 이익을 내게 하는 구조였다.
'아베노믹스 실패' 지적도
무엇보다 아베노믹스는 좀비기업들만 양산해왔다. 지난해 일본 상장기업의 파산건수는 0건이다. 아베노믹스 이전 중소기업의 폐업률은 5%가 넘었지만 2년 전부터 2~3%에 불과하다. 샤프 등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기업 활동을 유지하는 회사가 한둘이 아니다.
경영 혁신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산업용 로봇을 활용하는 기업은 한국보다 적다. 규제개혁이나 노동개혁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국채만 늘고 있다. 일본 은행은 국채 보유 잔액이 300조엔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엔고가 본격화되면 오히려 한국 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일본에서 나온다.
지금 일본은 다시 금융정책을 쓰려고 한다. 일본 재무부가 내년도 예상 장기금리를 2.2%에서 2.0%로 낮췄다는 보도가 나온다. 여차하면 추가 양적 완화를 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이런 와중에 도요타는 다시 원가절감을 외치고 하청기업을 쥐어짜고 있다. 경쟁력 있는 기업이 결국 성장을 이끌고 있다.
오춘호 < 논설위원·공학박사 ohchoon@hankyu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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