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임시공휴일
정부 지정 임시공휴일은 그동안 56차례 있었다. 각종 선거와 국민투표일 37차례(66.1%), 대통령 취임일 8차례(14.3%) 등 국가적인 요인이 대부분이었다. 1962년 4·19와 5·16기념일,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의 국장일까지 합치면 더 그렇다. 국민축제 성격은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일과 2002년 월드컵 4강을 축하하는 폐막 다음날 공휴일이었다. 1969년 아폴로 11호 달 착륙 때도 하루 쉬며 TV 앞에서 탄성을 질렀다.

다른 나라도 비슷하다. 영국은 왕세자 결혼식이나 여왕 즉위 60주년 기념일 등을 임시공휴일로 정한다. 중국은 70주년 전승절인 9월3일 등을 임시공휴일로 정해 연휴를 보낸다. 일본도 5~7일의 장기 연휴를 의도적으로 만든다.

미국은 아예 ‘월요일 공휴일법’을 연방정부 차원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 물론 신년, 독립기념일(7월4일), 성탄절은 예외다. 우리나라도 이를 참고해 ‘공휴일이 토·일요일과 겹칠 경우 다음 평일을 쉬게 하는’ 대체공휴일제를 적용하려 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설·추석·어린이날’에만 한정하기로 했다.

공휴일이 늘어나면 긍정·부정 효과가 함께 나타난다. 민간소비 활성화로 내수가 진작되고 경기가 살아나며 휴가 분산 및 관광소득 증대까지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생산 감소와 인건비 부담 증가, 금융거래 중단, 일용 근로자 소득 감소 등 부작용도 많다. 휴일의 경제학에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다.

광복 70주년 임시공휴일(14일) 지정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연휴가 덤으로 생겼으니 반기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 일본이 경기부양책으로 재미를 본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부터 공공시설 무료 개방, 외국 관광객을 위한 코리아그랜드세일 조기시행 등 내수 부양 효과는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쉬고 싶어도 못 쉬는 사람이 많다. 어린이집이 문을 닫는 바람에 아이 맡길 곳이 없는 워킹맘들은 벌써부터 한숨이다.

가장 큰 불만은 이렇듯 중요한 문제를 불과 열흘 앞두고 뚝딱 정하는 ‘졸속행정’이다. 월드컵 잔치 때야 그렇다 치자. 온 국민의 생계와 근로 현장의 이해가 맞물린 대사를 깜짝 이벤트처럼 처리한다는 욕을 먹기 딱 좋다.

‘임시휴일 하루 늘리면 1조3000억원의 경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는 낯간지럽다. 2년 전 대체휴일 논의 때 ‘공휴일 3.3일 늘면 32조원의 손실이 생긴다’던 반대 논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더욱 그렇다. 연휴라는 선물을 주고도 좋은 소리 못 듣는 정부가 안쓰럽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