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이 어제자 사설(아시아판)에서 한국에 반(反)유대적 편견이 있다며 엘리엇을 공격하는 한국 내 언론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이 신문은 한국의 인터넷 매체 미디어펜에 보도된 “(엘리엇의 삼성에 대한)합병 반대는 유대인 동맹의 견지에서 해석될 수 있다”는 글을 지적하면서 다른 미디어에서도 이런 주제가 다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엘리엇에 대한 반감을 한국 내 반유대주의로 치부하는 것에 우선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이는 전혀 사실에 부합하지도 않을뿐더러 그 자체로 균형감을 상실한 논설이다.

6000여개나 되는 한국 내 인터넷 뉴스 매체에서 극히 일부가 이런 입장을 주장한다고 해서 한국인들이 반유대주의적이라고 본다면 이는 논리적 과장이요 비약이다. 우리는 이 같은 내용이 이스라엘의 한 뉴스 매체에서 먼저 보도된 다음 세계의 친유대계 언론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퍼져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 엘리엇과 삼성의 갈등에 대해 어떤 언론이든 시각이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은 이스라엘과 미국 유대인 사회 모두와 오랫동안 친선을 유지하면서 상호 협력한 전통이 있다. 한국 내 반유대주의라니 당치 않은 주장이다. 더구나 이스라엘은 1962년 한국과 수교를 맺은 뒤 53년간에 걸쳐 인적·물적 교류를 활발하게 하고 있는 전통적 우방국이기도 하다.

지난해 양국 간 무역액만 20억달러에 이르렀고, 수만명의 관광객이 자유롭게 왕래하고 있다. 양국 정부는 매년 같은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양국 공동 연구개발사업도 진행하고 있으며 해운 농업 협력도 활발하다. 삼성전자가 최근 이스라엘 야쿰의 R&D센터에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조직을 만들어 아이디어 기업을 지원키로 하는 등 민간 기업 교류도 적극적이다. 더구나 한국에선 유대인들의 교육 열정과 교육 방식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의 유대인 사회와도 친밀한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같은 세계적 언론이 어떻게 그런 성급한 글을 썼는지 그 과정이 안타까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