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관련 의원입법 발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6월16일자 한경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첫 확진환자 발생 뒤 발의된 메르스 관련 법 개정안만도 14개나 된다. 얼핏 국회가 신속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딴판이다. 대부분이 전문가들과의 사전협의나 공청회도 거치지 않은 졸속법안이다. 게다가 14개 중 페이고 원칙에 따른 비용추계서를 첨부한 것은 하나도 없다. 내용도 서로 중복되거나 기존 법규정을 일부 강화, 또는 약간 구체화한, 결국은 덤벙대는 수준이다.

한마디로 메르스를 계기로 한건 해보자는 식의 실적쌓기용 내지는 이벤트성 졸속법안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14개 법안 중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구성한 메르스대책특별위원회를 거친 것은 하나도 없다는 점이 이를 잘 말해준다. 전문가들은 “메르스 같은 전염병은 보건당국 위주의 전문적 대응이 시급한데 중구난방식 법개정은 정책혼선만 부추길 수 있다”고 걱정한다. 국회가 이런 행태를 보인 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2003년 사스와 2009년 신종플루가 확산됐을 때도 관련 의원 입법이 대거 경쟁적으로 발의됐다. 하지만 상임위에서 낮잠만 자다가 사태가 완화되고 국회 회기가 바뀌면서 무더기로 폐기됐다. 이번 역시 같은 일을 반복할 것이 확실시된다.

메르스 사태로 경기위축이 갈수록 심상치 않다. 이달 말까지 사태가 종결되면 GDP 손실액은 4조원대, 다음달까지 이어지면 9조원대, 8월까지 가면 20조원대라는 추정도 나온다. 국회가 앞장서 사회불안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도 모자랄 판에 괜스레 입법안만 남발하면서 혼란을 가중시켜서야 되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국회는 국회법 개정문제로 불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터다. 그렇지만 국회법 개정안의 글자 한 개를 바꾸는 일로 국회와 청와대가 실랑이를 벌일 정도로 한가한 때가 아니다.

지금 시급한 일은 경제부터 살려내는 것이다. 국회는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부터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 해야 할 일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만 하는 국회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