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반 전 새누리당이 보수혁신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을 때 한경 사설은 일종의 기대감과 더불어 이번에야말로 진정한 혁신을 촉구했다. 스스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것이었던 만큼 기대도 컸다. 혁신이란 간판도 그럴듯했다. 외부 명망가들까지 영입한 김무성 대표 체제에 진지함이랄까 간절함도 엿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도 보수혁신이라는 이 특별한 다짐도 ‘역시’ 하는 냉소나 듣는 걸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새누리당이다. 김문수 전 의원이 주도한 9개 혁신안은 한낱 공염불로 끝날 분위기다.

엊그제 새누리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특위가 마련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혁신방안을 상정했다. 정치인 출판기념회 금지, 국회의원에 무노동무임금 적용, 내년 세비 동결, 겸직금지대상 확대 등이다. 솔직히 새롭다 할 내용은 별로 없다. 그간 여론에서 무수히 문제제기된 구습이나 제도화된 구악을 털어내자는 것이었다. 비대한 국회권력을 비판하며 “이런 수준이라도…”라고 할 정도의 개선사항들이었다. 그런데 봇물 같은 의원들의 반대는 귀를 의심케 할 정도였다. 반대 정도가 아니라 혁신안은 난타당했다고 한다. 발언자 15명 중 네 명 빼고 모두 반대했다. 세비 동결처럼 돈이 관련된 항목에선 특히 성토의 목소리가 높았다니 직업동맹처럼 보인다. 뇌물이벤트로 전락한 출판기념회만 해도 도를 넘는 폐단 때문에 당대표가 금지책을 발표한 사항이다.

야당에 대한 국민지지가 바닥을 헤매고 있는 데 따른 반사효과를 지지라고 착각하는 웰빙정당이 바로 새누리당이다. 특권 내려놓기 문제만도 아니다. 정당의 가치와 정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지난해 소위 경제민주화법 광풍 때는 정강과는 전혀 딴판의 정책과 법안을 경쟁적으로 내놨다. 자승자박의 국회선진화법이나 막무가내식 인사청문회 제도는 모두 새누리당이 주도한 것이다. 지금은 낡은 특권을 조금도 못 내려놓겠다고 웅성거린다고 한다. 완고한 사교클럽 분위기까지 풍겨난다. 새누리당 안에서조차 대의민주주의 붕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한다. 이런 정당이 공무원 연금개혁을 외친다면 공무원들이 과연 승복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