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다음카카오 뒤에 숨는 검찰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최근 만난 한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는 국내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이용자가 독일 ‘텔레그램’으로 갈아타는 ‘사이버 망명’ 현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인터넷 생리를 제대로 이해 못한 검찰의 대응으로 잘나가던 기업 다음카카오가 하루아침에 된서리를 맞았다는 비판이다. 이 변호사는 “검찰이 카톡을 감청한 횟수(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147건)는 국내 이용자(2분기 3875만명)의 극히 일부분이지만 불특정 다수가 감시받게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악영향”이라고 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중순 “사이버 공간에서의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을 엄단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를 위한 관계기관 회의에 다음카카오 관계자가 참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검찰과 국가정보원이 실제 카톡 감청을 한 사례가 공개됐고 사이버 망명이 본격화됐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9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주 3063만명이던 국내 모바일 메신저 하루 평균 이용자는 다섯째주 2895만명으로 한 주 사이에 168만명 줄었다. 다음카카오 주가는 사이버 망명 사태 전 고점 대비 14% 떨어졌다. 반면 국내 다운로드 순위(애플 앱스토어 기준) 100위권 밖이던 텔레그램은 1위에 올랐고 내친김에 한국어판 서비스도 시작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다음카카오가 이용자들에게 사과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검찰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법무부 관계자는 “우리가 끼어들 상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고 대검찰청 관계자는 “전담수사팀을 꾸린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적절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언론과 국민들의 오해에 불과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 사이 사이버 망명자는 점점 많아졌고 급기야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는 다음주 국회 국정감사에 불려나오게 됐다.

검찰의 어설픈 대응이 큰 파문을 몰고 왔다. 검찰은 책임 회피만 할 게 아니라 이 기회에 국민을 안심시킬 명확한 기준을 내놔야 한다.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18조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봤으면 한다.

양병훈 지식사회부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