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중국의 동해에 밀린 한국의 동해
“일본해를 동해라고 부르면 우리 중국의 동해는 어떻게 하나.” “일본해를 동해로 바꿔주면 한국은 황해도 서해로 바꿔놓을 것이다.”

지난 4일 중국청년보에 실린 서경덕 교수의 동해 광고에 대해 중국 네티즌 반응은 대체로 싸늘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일부 한국을 지지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부정적인 의견이 훨씬 많았다.

이들 네티즌이 반대하는 이유는 중국 정부의 속과 다른 것 같지 않다. 첫째는 중국에도 동해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 지도를 보면 중국 대륙을 둘러싼 해안에 남해 동해 황해 발해 등의 글자가 쓰여 있다. 한국에선 중국의 동해를 ‘동중국해’라고 부르지만 중국인들은 이를 동해라고 부른다. 둘째는 중국의 황해가 서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중국인들은 자국의 북동쪽 바다를 황해와 발해라고 부른다.

황해를 부르는 국제적 명칭은 ‘Yellow Sea’다. 한국은 동해가 한국의 동쪽이 아니라 지구의 동쪽에 있다는 의미로 동해라고 부르려는 것이다. 따라서 황해가 단지 한국의 서쪽에 있다고 국제적 명칭까지 ‘West Sea’로 바꾸려한다는 중국인들의 우려는 근거가 없다. 이런 주장의 이면에는 ‘한국을 키워줘서는 곤란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중국 외교부도 일본해의 동해 표기에 대해 “유엔을 포함해 보편적으로 쓰고 있는 명칭을 바꿀 수 없다”고 한다. 실제로는 한국이 주장하는 동해라는 명칭을 껄끄럽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2000년대 중반 느닷없이 독도를 표기하면서 모든 공식문서에 ‘독도(일본명 다케시마)’로 썼다. 독도가 한국의 영토가 아니라 분쟁지역임을 인정한 것이다. 독도의 역사와 현 상황을 고려해 적절치 않다는 한국 측 주장에 대해선 “검토해 보겠다”는 말 외에 별 반응이 없다.

일각에선 공산주의청년단이 발행하는 중국청년보에 동해 광고가 실린 것을 두고 중국의 태도가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또 중국과의 우호관계가 돈독해졌으니 독도와 동해 문제를 과감하게 제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중국 내 반응을 보면 광고는 광고일 뿐이다. 좀 가까워졌다고 중국이 우리 주장을 수용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김태완 베이징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