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을
[기고] UAE에 타오르는 '협력의 불꽃'
현실로 만들어 내는 나라.’ 아랍에미리트(UAE)의 첫인상이다.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열사의 땅에 우뚝 서 있는 인류 역사상 가장 높은 빌딩 ‘부르즈 칼리파’(828m)의 위용에서 역경을 극복하고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UAE 국민의 지혜와 용기가 느껴졌다. 이 빌딩의 설계와 시공을 한국 기업이 맡았다는 것에서 더욱 진한 감동을 받았다.

‘한강의 기적’으로 대표되는 한국과 ‘사막의 기적’으로 상징되는 UAE는 한국에서 파견된 ‘아크(아랍어로 형제를 뜻함)’부대의 이름이 말해주듯 이미 ‘형제의 나라’로 자리잡았다. UAE는 한국이 중동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유일한 나라다. 중동에 진출한 한국 국민의 절반 이상이 UAE에 체류하고 있고, 170여개의 한국 기업이 UAE에 지상사를 설치했는데 중동 지역 지상사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UAE와 한국 간 향후 100년 우호 관계의 첫 단추를 끼우는 행사가 지난 21일 UAE의 사막 한가운데에 위치한 바라카에서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UAE 바라카 원전1호기 한국형 원자로 설치식이 거행됐다.

이 행사의 의미는 각별하다. 원전 협력은 건설(10년), 운영(60년), 해체(10년)까지 총 80년이 소요되는 프로젝트로 원전의 심장인 원자로 설치는 말 그대로 100년 동반자 관계를 약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형 원자로는 미국, 유럽,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UAE 원자력 규제 기관의 엄격하고 객관적인 심사를 통과함으로써 기술력과 안전성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왕세제는 “중동의 많은 사람이 원전 건설 현장을 보기 위해 바라카 현장을 찾고 있으며 불가능하게 생각했던 사막 위의 원전 건설 과정을 보면서 한국의 기술력에 감탄한다”고 했다. 또 “박 대통령이 국내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원자로 설치식에 참석한 것은 한국형 원자로 등 한국과의 협력에 관심이 많은 주변국들에도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포스트 오일 시대’를 염두에 두고 원자력 발전에 관심을 갖고 있는 중동 국가들에 한국과 UAE가 함께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이번 한국형 원자로 설치는 한국과 UAE 협력 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미 양국 간 협력은 에너지, 건설과 같은 전통적 분야를 넘어 금융, 보건 의료, 정보통신기술(ICT), 신재생 에너지, 방위산업, 교육 등 전방위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지속적인 우호 관계는 경제적 이해가 증진된다고 해서 자동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양국 지도자와 국민들 간의 마음과 마음을 연결시켜주는 신뢰가 없으면 취약할 뿐이다. 무함마드 왕세제가 박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많은 국가에 ‘헬스’는 있으나 ‘케어’는 없는데, 한국의 의료서비스는 ‘헬스케어’를 제공한다. 한국의 ‘마음’에 눈물이 맺힐 만큼 감동했다”면서 지난 2월 방한 시 UAE 환자들이 치료받고 있는 병원을 방문한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아크 부대의 뛰어난 기여와 한국의 치안역량 전수도 높이 평가했다. UAE 국민과의 우정을 돈독히 하는 이런 노력들이 양국 관계의 폭과 깊이를 더해 주는 것이다.

1970년대 ‘제1차 중동 붐’의 대표적인 수주가 토목 공사 중심의 주베일항 공사였다면 ‘제2차 중동 붐’은 UAE 원자로 수출과 같은 첨단기술·고부가가치 사업을 중심으로 시작될 것이다. 박 대통령이 원자로 벽면에 남긴 ‘바라카에서 시작된 협력의 불꽃이 양국의 미래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는 글은 양국 국민의 꿈과 의지를 압축한 것이다.

윤병세 < 외교부 장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