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日 소비세 인상, 발목잡힌 아베노믹스
전인미답의 정책 영역으로 뛰어든 아베노믹스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잃어버린 20년’에서 벗어나 일본 경제의 재생을 위해 무제한 양적완화와 경기 부양책을 내세운 일본 정부가 1일 아베노믹스 자체를 위기에 빠뜨릴 우려가 있음에도 소비세를 5%에서 8%로 인상한 것이다. 일본의 소비세율 인상은 1997년 4월 이후 17년 만이다.

소비세 인상은 아베노믹스에 내재된 모순 때문에 어쩌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쓰디쓴 약일 수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240% 수준에 이르는 국가부채를 껴안고 있는 상황에서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비용 지출이 급증하고 있는 일본 정부로서는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로 마냥 빚만 늘릴 수는 없는 것이다. 소비세라도 올려서 재정 수입을 늘리는 방법은 일본으로서는 피할 수 없으며, 이로 인한 일시적 경기 후퇴는 아베노믹스가 감내해야 하는 시련인 것이다.

하지만 이 시련도 정책 환경과 의지가 과거와 다르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다. 1997년 4월 하시모토 내각 아래에서 5%의 소비세가 도입됐을 당시 일본 경제는 대내적으로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부실채권 처리가 지연되는 등 구조조정에 애를 먹고 있었고, 대외적으로는 아시아 금융위기라는 큰 사건에 직면했다. 지금은 일본 정부가 5조엔 규모의 부양책과 예산의 60%를 상반기에 지출한다는 재정 조기투입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경기 대응책을 내놓고 있으며 일본은행의 추가적 양적완화 규모 확대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본 경제가 소비세 인상의 부정적인 영향을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사재기가 횡행했듯이 일본 경제는 앞으로 소비 부진의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절반의 성공을 보인 아베노믹스가 소비세 인상의 파고를 극복하고 성공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몇 가지 주목해야 할 관전 포인트가 있다.

첫째, 엔저의 부정적인 영향을 피해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다. 엔저현상의 장기화는 필연적으로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연말부터 1%대에 진입하면서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데, 소비세 인상은 이런 물가 상승세를 부채질할 것이다. 일본은행이 언제까지 무제한 양적완화와 제로금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둘째, 임금인상의 가계부문에 대한 낙수효과가 언제 나타날 것인지다. 최근 들어 일본 수출 대기업을 중심으로 1% 내외의 임금인상안이 발표되고 있지만, 실질임금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가계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소비세 인상으로 소비심리가 악화돼 내수기업마저 어려워지면 일본 경제는 다시 침체될 가능성이 크다.

셋째,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 해소 시기이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여파로 원전 가동이 중단되면서 광물성 연료 수입이 급증해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한 상품수지 악화로 경상수지 적자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어, 대외신뢰도 하락에 따르는 금융시장 불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인 산업경쟁력 강화 전략으로는 단기 경기진작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보면, 아베노믹스의 성패는 이런 문제점들의 해소 시기와 맞물려 있다고 하겠다.

세계 경제에서 일본 경제가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하면 아베노믹스의 성공보다는 실패가 한국 경제에 더 큰 피해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세 인상과 다른 문제점들이 찻잔속의 태풍으로 그치길 바랄 뿐이다. 다만, 아베노믹스의 성공은 곧 일본과의 전면적인 경쟁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부형 <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leebuh@hr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