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드디어 윤곽을 드러냈다. 매월 850억달러씩 사들이던 채권매입 규모를 내년 1월부터 750억달러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제로(0~0.25%) 수준인 초저금리 기조는 당분간 유지키로 했다. Fed가 밝힌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계획은 매우 점진적이다. 규모가 크지 않을 뿐 아니라 향후 경기상황에 따라서 신축적으로 운용하겠다고 밝힌 점을 봐도 그렇다. 특히 지난 6월 양적완화 공포로 글로벌 시장이 크게 출렁거렸던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은 테이퍼링을 일단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다우지수가 1.84% 급등,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유럽과 아시아 증시도 대체로 상승세로 마감됐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 2.889%로 마감해 테이퍼링 발표 직전의 2.878%를 약간 상회하는 데 그쳤다. 출구전략 불확실성이 사라진 데다 양적완화 축소를 미국 경기 회복 신호로 받아들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다. 어제 국내 금융시장은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강보합(0.05% 상승)으로 마감됐고 채권시장도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이었다. 하지만 양적완화 축소는 미국 경기가 살아난다는 것일 뿐, 국내 경기동향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오히려 우리로서는 양적완화 축소로 외국계 자금이 대거 유출될 가능성에 새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 외국인들이 테이퍼링을 앞두고 11, 12월 두 달간 2조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도한 점은 예사롭지 않다. 더욱이 양적완화 축소로 달러 강세가 본격화되면 자금이탈은 더욱 속도를 낼 수 있다. 달러 강세에 따른 엔 약세 가속화 역시 한국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테이퍼링은 금융위기 후 미국이 취해온 비전통적(unconventional) 통화정책이 정상화된다는 것을 예고하고 있다. 그 파장은 길고 또 강력할 것이 분명하다. 금융 및 외환시장은 물론 실물 경제에 미칠 장·단기적 영향을 모두 꼼꼼하게 점검하고 대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