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적완화 축소, 파장 만만치 않을 수도
글로벌 시장은 테이퍼링을 일단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다우지수가 1.84% 급등,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유럽과 아시아 증시도 대체로 상승세로 마감됐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 2.889%로 마감해 테이퍼링 발표 직전의 2.878%를 약간 상회하는 데 그쳤다. 출구전략 불확실성이 사라진 데다 양적완화 축소를 미국 경기 회복 신호로 받아들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다. 어제 국내 금융시장은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강보합(0.05% 상승)으로 마감됐고 채권시장도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이었다. 하지만 양적완화 축소는 미국 경기가 살아난다는 것일 뿐, 국내 경기동향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오히려 우리로서는 양적완화 축소로 외국계 자금이 대거 유출될 가능성에 새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 외국인들이 테이퍼링을 앞두고 11, 12월 두 달간 2조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도한 점은 예사롭지 않다. 더욱이 양적완화 축소로 달러 강세가 본격화되면 자금이탈은 더욱 속도를 낼 수 있다. 달러 강세에 따른 엔 약세 가속화 역시 한국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테이퍼링은 금융위기 후 미국이 취해온 비전통적(unconventional) 통화정책이 정상화된다는 것을 예고하고 있다. 그 파장은 길고 또 강력할 것이 분명하다. 금융 및 외환시장은 물론 실물 경제에 미칠 장·단기적 영향을 모두 꼼꼼하게 점검하고 대처해야 한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프린트